- 한 쪽의 억지력 확대는 다른 쪽의 군비확장 불러들여
- 북한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호전적인 것은 일본,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은 수년 안에 300기의 핵탄두 확보

지금까지 이 정도 규모의 군비 확대 경쟁은 아시아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3개의 핵보유국과 급속히 핵개발을 추진하는 나라, 세계 3대 경제대국, 수십 년래 동맹국. 이러한 나라들이 앞을 다퉈, 육해 모두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지역에서의 우위성 경쟁을 하고 있다. 공산주의 3국(중국, 러시아, 북한)만 핵이 있고, 민주주의 한국과 일본은 핵이 없다.
CNN은 23일 이 같이 보도하고,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한 코너에, 중국과 우방국 러시아가 다른 코너에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코너에는 북한이 존재한다”면서 “이들 모두 다른 나라에 앞서려다 통제 불능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결국 한쪽에 억지력이란 상대편에서 보면 군비확장으로 비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동아시아 역학관계의 악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카네기 국제 평화 기금에서 핵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앤킷 판다(Ankit Panda)는 “우리에게는 억제의 수단이나 군비 관리가 없다”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런 점은 일본 각료들이 이달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더욱 부각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3일 회담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벌이고 있는 군사 활동과 8월 발사된 미사일이 대만을 넘어 일본 근해에 착탄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 정부에 “국제 질서의 변경”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경종을 울렸고, 중국 문제에서는 미국-일본-유럽의 결속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시자 총리의 발언 며칠 전에는, 미일 각료가 “실제로 행해지고 있고, 가속하고 있는 (중국의) 핵전력의 증강”을 불길하게 화제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이나 중국으로 치면 호전적인 것은 일본이다. 양국의 눈에 보이는 것은 얼마 전 방위비 2배를 선언하고, 중국과 북한 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 확보에 나서는 일본의 모습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국의 선제공격 저지를 염두에 두고 신형 이동식 대함미사일을 포함한 새로운 미 해병대 부대를 일본 남쪽 섬에 새로 배치하기로 발표되면서 중국과 북한이 안고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일본에는 억지력이지만 중국 정부에는 군비 확장이다.
*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중국의 주장에 따르면, 우려의 근저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군은 아시아의 넓은 지역을 지배했고, 중국은 큰 타격을 입었다. 1937~1945년 8년간 일본과의 전쟁에서 1400여만 명의 중국인이 목숨을 잃었고, 최대 1억 명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중국 내 기지도 공격 가능한 토마호크 등 장거리 적기지 공격능력(이른바, 반격 능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에서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를 다시 위협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사람들은 중국이 과거의 상처를 되살리는 데는 다른 동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들의 군비 증강에서 세간의 시선을 돌리려는 동기라는 것이다.
급팽창하는 중국의 군사력에 미-일이 우려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목소리를 높여 이를 부인하면서도, 일본 주변 영역에서 해군 공군력을 키워 일본이 통치하는 센카쿠의 무인도, 동중국해 제도의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비판적인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접속수역에서 중국 정부 선박이 1년 동안 334일이나 목격됐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일본 정부가 민간인 소유자로부터 센카쿠제도 일부를 매입한 이후 최다 기록이다. 12월 22~25일에는 중국 정부 선박이 센카쿠 열도 앞바다의 일본 영해 내에 73시간 연속 침입했는데, 이 역시 침입 시간으로는 2012년 이후 최장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강화에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러 우호관계로 미일 협정에 박차를 가했을 뿐만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긴밀한 우호관계를 어필하고 있던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어 움직임이 단번에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 군함이 동중국해에서 중국군 함선 및 항공기와 실탄 합동훈련을 일주일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대만에서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 태도가 두드러진다. 중국 정부는 2400만 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이 대만 섬을 한 번도 지배한 적이 없지만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군사력을 행사해 대만을 중국 통치하에 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공격적인 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 대만방문 며칠 뒤에는 대만을 둘러싼 이례적인 군사훈련을 벌였으며, 견제를 위해 여러 미사일을 대만 근해로 발사하고 군용기를 파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달 초 28대의 전투기를 대만해협 중간선에 파견했다. 구체적으로는 J-10, J-11, J-16, Su-30 전투기와 H-6 폭격기, 드론 3대, 조기 경계 정찰기 등이다. 이때의 군사훈련은 인민해방군(PLA)이 중앙선을 넘어 전투기 47대를 파견한 지난해 말 성탄절 군사훈련과 비슷하다.
이런 움직임이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굳은 의지는 여전하다. 미국 정부는 ‘대만 관계법’에 정해진 의무에 따라 늘어나는 대만에 대한 무기 공여 목록을 계속 승인하고 있다.
* 북한의 핵능력 확대
대만에서 북쪽으로 수천 km 떨어진 한반도에서는 협력에 관한 협상의 희망이 이제 희미해지고 사라져 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부터 국내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것을 요구하며, 핵탄두를 남한 곳곳에 명중할 수 있는 초대형 이동식 로켓 발사장치의 부대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12일 보고서를 내고,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은 수년 안에 300기의 무기 투입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22년부터 대폭 증가한 것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현재 북한이 조립된 핵무기 22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최대 55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었다.
만약 300기의 핵탄두를 확보한다면, 북한은 SIPRI 핵무기 보유 순위에서 기존 핵보유국인 프랑스 영국을 제치고 러시아 미국 중국에 이어 4위로 올라선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군사력 강화를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격을 받더라도 100배 혹은 1000배 반격을 가능하게 하는 (군사적) 능력을 잘 정비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염두에 둔 발언까지 해, 한국이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거나 자국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반도가 더 많은 핵무기를 갖는 것은 미국 상층부가 깊이 우려하는 점이다. 설령 그러한 무기가 동맹국의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핵을 개발하면, 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준수해 왔다는 도덕적 우위를 어느 정도 잃게 된다. 반면 북한은 거듭 위반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가 국제법 위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국에 대한 지원이 철벽이라며 미군의 모든 군사자산을 동원해 한국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광범위한 억지력 약속을 이행하는 데, 모든 방위능력을 행사할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핵,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가 포함된다. 12일에 온라인으로 행해진 한미연구소(ICAS)의 포럼에서, 미 해군 작전 부장 마이크 길데이 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길데이 대장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지원 사례로 지난해 한국 부산항에 미군 항공모함이 기항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 최강 군함의 존재를 북한 뒷마당에서 보여주는 행위 자체가 북한으로부터는 위협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깐 들러 시위하듯 보여주고 곧바로 떠나버리는 미국의 전략자산에 대해 미국의 말대로 ‘북한이 겁에 질릴 것인지’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동북아시아는 이렇게 연쇄적 반응이 계속된다. 그렇다고 아시아의 군 확대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미국, 한국, 일본은 각각 뿔뿔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속해서 관여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이 빠진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 문제를 논하고, 동북아시아, 아시아 태평양 군사적 지휘권을 일본에 일정 부분 맡긴다면, 한국은 일본의 지휘권 아래 들어갈 수 있다. 미일 움직임이 이미 그러한 신호가 보이는 듯하다. 한국 정부는 특히 일본의 지휘를 받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막아 나서야 하겠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절대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이다.)
기시다 총리와 일본 각료들이 이달 워싱턴에 모습을 보임으로써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길데이 대장도 ICAS 연설에서 3국 협력체제에 대해 “(이를 통해) 잠재적인 적국이 일을 저지르는 것은 득책이 아니라는 것을 납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적의 가차 없는 압력 앞에서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외교 전략-Hybrid diplomacy strategy-이라는 측면에서 강경 일변도의 미일 움직임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구호만 있지, 실질적으로 대화를 위한 사전 작업들은 전혀 볼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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