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비밀, 그리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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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비밀, 그리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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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선의의 거짓말(White lie)'도 해야할 때가 있는 법

지난 봄, 한의원 안으로 쓰러질 듯이 들어오는 Y씨를 겨우 침대에 눕히고 진찰을 시작했다. 결과는 극심한 저혈압에 빈혈.

“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평소 안면이 있는 그녀인지라 난 몹시 놀라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

“저 실은......실수로 아이가 들어서서, 남편 몰래 수술 받고 오는 길이에요.”

창백한 얼굴로 힘 없이 대답하는 그녀. 임신 2개월째였단다. 워낙 몸이 약한 사람이라 난 걱정 반 책망 반으로 잔소리를 했다.

“중절 수술한 다음에도 조리를 잘 해야 해요. 잘못하면 산후병 걸릴 수 있다구요.”

이렇게 얘기했건만 그녀는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 못 알아들은 건지 눈만 감고 있었다.

보통 출산 후에만 조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절 수술 후에도 각별한 몸조리가 필요하다. 만약 과로를 하거나 찬 데 노출되면 영락없이 산후풍의 증상이 찾아온다.

최소한 3일은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한다. 수술 후 7일 간은 과로를 피하고 성관계는 몸이 완전히 회복된 4주 이후에나 가능하다. 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몸을 혹사시키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산후병에 걸리고 만다.

어혈을 풀어주면서 자궁의 회복을 도와주는 한약을 먹으면 좀 더 회복이 빨라진다. 출산후의 조리약과 원리가 같아서 주로 보허탕을 쓴다. 기(氣)를 보(補)해 주는 인삼, 백출, 황기, 혈(血)을 보해 주는 당귀, 천궁, 어혈을 풀어주는 목단피, 현호색, 피를 맑게 해주는 형개초 등을 처방한다.

혈허(血虛)가 아주 심하면 녹용을 쓰기도 하고, 관절 부위가 아플 땐 녹각, 강활, 독활 등을 가미해서 쓰기도 한다. 단순히 기혈(氣血)을 보(補)하는 약 정도만 자기 체질에 맞게 먹더라도 낙태로 손상받은 자궁이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훨씬 빨라진다.

그녀에게 자궁의 기혈(氣血)을 회복시키는 약을 처방해서 보낸 다음 날, 그녀의 남편이 아들 손을 잡고 나타났다. 아들이 기침을 많이 해서 왔다고 했다.

“아이구, 안녕하셨습니까?”
“예, 오랜만에 오셨네요. 잘 지내셨어요?”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고 아들의 감기약까지 처방해주고 나자, 어제 왔던 부인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어젯밤에 부인은 별 탈 없으셨죠?”

내가 넌지시 묻자, 그의 안색이 확 변했다.

“예? 아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그의 반응이 너무 생경해서, 나는 순간적으로 좀 당황스러웠다. 평소 가족들의 건강은 물론 살림까지 자기 손으로 꼼꼼하게 챙기는 남자인지라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아니요, 어제 우연히 부인을 만났는데 안색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요.”

대충 이렇게 얼버무리고 그를 내보냈다. 그리고 그가 돌아간 뒤 곧바로 그녀에게서 걸려온 전화.

“우리 그이한테 무슨 말 하셨어요? 말 하면 안되는데......”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왜 그러세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던 그녀가 좀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이는 다섯 달 전부터 외국에 나가있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흑흑......”

그녀의 흐느낌에 나까지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말았다. 어제 내가 사실을 얘기했더라면, 이 가정은 그야말로 파탄이 났을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잘 얼버무렸으니까 눈치 못 채실 거예요. 안심하세요.”

전화를 끊고 나자 간호사들이 퍼뜩 떠올랐다.

“어제 왔던 Y씨 알죠? 중절 수술했던 사실에 대해 일체 아는 척 하지 마세요. 가족한테도요.”

이렇게 함구령까지 내리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며칠 후 그녀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제 아내가 거기서 약 지어간 적 없습니까?”

순간적으로 내 입에선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아뇨? 왜 그러시는데요?”
“아내가 안색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디 아프진 않나 해서요.”

난 딱 잘라 아니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안심하는 듯 전화를 끊는 남자.

그 날은 하루 종일 ‘내가 뭐 하는 건가?’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소위 배운 사람이라는 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나?

하긴, 의사 노릇을 하자면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White lie)'도 해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지금도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부부를 생각하면, 나의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런데 그녀를 떠올리면 지금도 궁금한 것이 있다. 남편에게 꽉 잡혀 사는 처지에 어떻게 바람피울 생각을 했던 것일까? 정숙하고 깔끔한 가정 주부의 이미지를 가진 그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요즘 애인 하나 없는 중년 여성은 바보 취급당하는 풍조라는데, 그녀가 유행에 맞춰 젊은 애인이라도 하나 키웠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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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짱 2006-04-19 13:00:39
선의의 거짓말이라...
한 가정의 파탄을 막기위한 선의의 거짓말.

불과 지난 봄에 일어난 얘기인데도 기사화 했다.
만약 Y씨 남편이 이 기사를 본다면...
Y씨의 가정은 온전할까...?

이 사실을 모르고 기사화 했을라나...
소위 배운 사람이라 밝힌 기자가...

아니면 제목에 걸맞는 사례를 들기위해
이번에도 독자들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을...

혹여, 기사를 수정하거나 지울라나...

딴지거는 것이 아니라 작업거는 것인데...
혹여 애인하나 없는 바보같은 중년이라면...

좋은 기사 늘 감사함을
선의의 역발상으로 표현했음을 양해ㅂㄹㄴ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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