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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크로폴리스 전경 ⓒ 박선협^^^ | ||
빛의 땅, 유럽진입로
아테네는 거기 있었다. 눈부신 일광 속에, 새파란 에게해의 빛깔 속에 아테네는 거기 그렇게 있었다. 역사가 오랜 고도古都에는 고본상古本商의 냄새 같은 것이 있다. 혹은 볕이 안 드는 박물관의 회랑처럼 침울하고 슬픈 그늘이 있다. 로마가 그렇고, 런던이 그렇고, 파리까지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아테네는 B.C 15세기의 미케네 문명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구문명의 요람이지만, 여전히 밝고 건강한 색채가 있다. 리카벳토스의 암산을 온통 대리석처럼 비추고 있는 저- 불꽃같은 태양은 분명히 신화 그대로 아폴로의 금마차金馬車인 것이다.
'태양이란 단지, 타오르는 바윗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말했던 이오니아의 한 과학자는 그 때문에 아테네 사람들로부터 추방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뭇 사람들이 태양에 엎드리어 제사를 지내던 시절, 홀로 태양을 '암괴岩塊'라고 갈파했던 그 선각자 '아낙사고라스'의 천재와 용기를 기자는 존경한다.
그러나 지금 누가 기자더러 저 아테네의 태양을 가리켜 그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코 기자도 '페리클레스'처럼 그를 추방하고 말 것이다.
태양은 어디에서나 빛난다. 다만 아테네의 창공에서 빛나는 저 5월의 태양만큼 신화적일 수는 없다. 1년을 두고 비가 내리는 날은 겨우 20일도 되지 않는다는 아테네, 그 속에서 자란 도시에 어둠이 있을 리가 없다. 대리석 건축물이 많은 아테네의 시가는 햇빛 그대로 백색이었다.
그러나 알파니, 시그마니 하는 그리스 문자는 옛날의 그 기하학 교과서를 연상케 한다. 기자가 아는 그리스어의 가난한 전 재산 속에는 불길하게도 '바바로이'란 것이 있다. 아테네 사람들이 이방인을 경멸해서 부른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말로 하면 '오랑케'란 뜻과 통한다.
더구나 그 '바바리언(야만인)'의 선조 격인 단어, '바바로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신화적인 기분이 술에서 깨나는 것 같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높이 156미터나 되는 석회암의 대지臺地. 테이블처럼 네모진 큰 바위의 언덕이다. 그리스어로 아크로acro는 높다는 뜻이고, 폴리스는 도시국가란 뜻이다. 곧 높은 언 덕 위에 솟은 성채Higher city다.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아테네의 중심지였다.
아테네 자유인들의 정신의 고향이요, 생활이 무대요, 신앙의 재단이었다. 아크로폴리스는 담녹색 올리브로 덮여 있었다고 한다. 올리브는 일년 사시장철 푸른 남구南歐의 상록수다. 그리스인에게는 올리브는 신성한 나무, 신의 고마운 선물이었다. 또 그 열매는 그리스인이 좋아하는 과일이요, 올리브 기름은 전사들의 상처를 싸매주는 약인 동시에 밤의 어둠을 비쳐주는 밝은 등불이었다.
올리브의 넓은 녹색 나뭇가지와 푸른 잎으로 만든 둥근 환環은 곧 평화의 심벌이었다. 그리스의 시詩를 읽으면 올리브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올리브는 그리스를 상징한다.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올리브를 상징하고 올리브를 자기 보호아래 두어, 아테네 시민들에게 올리브나무를 절대로 꺽지 못하게 한 것은 현명한 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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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에서 본 아테네와 아크로폴리스 ⓒ 박선협^^^ | ||
주춧돌만 총총히 보이는 폐허, 기둥만 솟은 고적, 집터만 남아있는 신전들을 눈 아래 내려다 보면서 아크로폴리스를 향하여 바윗고개 언덕길을 서서히 오른다. 하얀 대리석으로 견고하게 세운 성문城門의 계단을 지나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장엄하게 세워진 미美의 전당 파르테논 Parthenon에 이르렀다.
'페리클로스'가 파르테논을 세우게 된 동기는 그리스의 민족적 수난과 깊은 관계가 있다. 페르시아 군과 그리스 군과의 50년에 걸친 장구한 전쟁은 그리스의 일대 위기였다. 테르모빌레의 결전과 마라톤의 대승에 이어서 살라미스 해전의 대승리로 그리스는 페르시아에 대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스파르타는 주로 육지에서 싸웠고 아테네는 바다에서 싸웠다. 한때 아테네는 페르시아 군에게 함락, 폐허로 화했었다. 페리클레스는 그리스의 승리를 기념하고 그리스 군을 한결같이 지켜준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 BC 488년에 파르테논을 세웠던 것이다.
페리클레스의 친구였던 위대한 조각가 '피디아스'가 파르테논 건립의 총감독을 맡았다. 그리스의 모든 폴리스에는 각각 섬기는 신이 있었다. 아테네 사람들은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를 섬겼었기 때문에 그들의 폴리스를 아테네라고 칭한 것이다. 그리스의 중요한 건축은 신전이다.
파르테논은 그 전형적인 건물로, 마흔 여섯 개의 백설같이 흰 대리석의 원주圓柱를 가지고 도리아식과 이오니아식을 병용 융합해 만들었는데, 이 신전은 남북 30미터, 동서 69미터, 세계미술사에서 가장 빛나는 명작이라고 한다.
안에는 금과 상아로 만든 아테네 신상神像이 안치되고, 이 신전의 난간장식으로는 미美의 극치를 이룬 대리석의 조각들이 사용되어 그리스인의 예술적 천재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망각 속 미(美)의 천재
파르테논은 거기 있었다. 조화와 균형과 안정감이 혼연일체가 되어 장엄한 고전미를 유감없이 풍겨주는 파르테논, 그것은 그리스인의 예술적 창조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2천 수 백년 동안 비바람에 마멸되고 전란으로 파괴와 도난을 당하여 그 당시의 완벽을 뽐내던 마흔 여섯 개의 원주는 지금 그 반도 남아 있지 않으며, 아테네 여신의 거상巨像은 찾을 길이 없다.
난간의 조각들도 그 대부분이 대영 박물관과 루브르 미술관에 안치되어 있다. 파르테논은 '처녀의 방'이란 뜻이다. 파르테논 신전 안에 깊숙이 '파르테논'이란 조그만 방이 있다. 파르테논이란 명칭은 여기서 유래한다. 이 조그만 방에 아테네 여신이 안치됐었고, 해마다 묵은 해의 옷을 벗기고 새해의 옷을 갈아 입히는 중요한 행사가 봄에 거행되었다.
이런 행사를 '판아테네아 Panathenaea'라고 한다. 아테네의 처녀들 가운데 특히 어여쁜 처녀들이 뽑히어 손수 정성 들여 짠 옷을 앞장 새우고 전 시민들이 아크로폴리스로 가서 아테네 여신에게 새 옷을 입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리스인의 명랑한 인생긍정의 태도를 상징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행사, 봄의 제전 祭典이기도 했다. 아테네 사람들이 얼마나 아테네 여신을 고이 받들어 모셨던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파르테논의 벽에다 이 광경을 조각했다. '처녀의 행렬'이라는 조각이 그것이다. 이 조각은 지금 대영 박물관에 있다.
유방이 볼록한 뽀얀 아테네의 젊은 처녀들이 아테네 여신에게 입힐 고운 새 옷을 어깨에 걸치고 둘씩 나란히 걸어가는 광경을 대리석으로 조각한 것이다. 그 손결의 아름다운 곡선과 입체감, 그리고 치맛자락의 흐느적이는 섬세한 선과 단아한 얼굴모습은 진실로 그리스인의 뛰어난 심미감審美感과 예술적 창조력의 놀라운 표현이다. 분명 그리스인은 미의 천재였다.
거기 파르테논 맞은편에 조그만 신전 '에레크테이온 Erechtheion'이 있다. 6명의 여성입상立像이 기둥이 되어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데 그 착상도 기발하지만 그 조각 솜씨도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다. 오랜 세월에 얼굴이 다소 부서지고 팔은 더러 잘려 나갔지만 온 몸에 건강하고 싱그런 미美가 흠뻑 넘쳐 흐르는 발랄한 생명력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젊은 여인의 기둥입상, 얼마나 낭만적인 착상인가! 미의 천재 그리스인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양식에 새삼 눈이 부셔 온다.
창조의 두 원리
아크로폴리스와 그 주변은 아테네 사람들의 다채로운 생활무대였다. 바쁜 노동에서 해방되어 많은 한가閑暇를 누릴 수 있었던 아테네의 자유시민들은 오데온 음악당에서 음악을 즐겼다,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그리스의 비극을 감상하고 ,스타디온에서 운동경기를 구경했다. 아고라에 모여서 인생과 철학과 예술을 논하였다.
때로는 정치토론과 투표에 참여하고, 아레오파고스에 가서 재판을 하기도 했다. 신전의 경건한 축제에 향을 피워 기도했으며, 전쟁이 일어나면 창과 방패를 들고 국토방위에 나섰다. 파르테논 바로 밑에 오데온 음악당이 있다. 아테네의 부유한 시민 '헤로테스 아티쿠스 Herodes Aticus'가 아테네 시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서 지은 호사스런 예술의 전당이다. 정식 명칭은 '헤로테스 아티쿠스의 오데온'
오데온이란 그리스어로 음악당이란 뜻. 1만5천명의 관중이 들어 갈 수 있는 반원형의 계층식 야외극장이다. 무대와 좌석이 군데군데 파괴되었지만 그 옛날 완벽하던 원형을 지금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기자는 파르테논을 내려오다 우두커니 서서 오데온을 내려다보았다. 옛날 그리스의 음악은 어떤 멜로디와 리듬이었을까? 악기는 어떤 것이었고 종류는 몇 가지나 되었을까? 오데온에서 좀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크로폴리스 남단에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다 지금은 페허가 되었지만, 그 당시엔 5천명을 수용했다는 돌로 만든 야외극장이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과 도취의 신, 로마 신화의 바카스Bacchus에 해당한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신과 세멜레Semule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술과 도취와 흥분과 충동, 황홀을 상징한다. 델피신전은 두 신을 모셨다. 아폴로와 디오니소스, 아폴로는 지혜와 절도의 신이요, 디오니소스는 충동과 황홀의 신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인생의 지혜있는 절도를 좋아하는 만큼 인생의 열광적인 도취 또한 찬양했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이 사는 이 땅에서의 삶을 건강하게 긍정하는 신으로 생활과 창조를 강조하고 금욕주의를 반대한다. 위대한 창조에는 때로 열정적인 도취와 황홀한 충동이 필요하다. 아폴로의 원리와 디오니소스의 원리 둘 다 필요하다. 디오니소스는 아폴로에 끌려야 하고, 아폴로는 디오니소스를 알아야 한다. 텔피신전이 모신 두 신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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