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봉이란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양복이 들어오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양복을 저고리와 바지로 나눌 때 저고리는 우와기(うわぎ-上着~上衣)또는 세비로(せびろ-背広)라 했으며 바지를 시다기(したぎ-下着)또는 즈봉이라 했다.
우리어린시절 일제는 학교에서 한복을 벋고 학생복을 입으라고 강요했으나 경제적인 뒷받침이 어려워 한복 입은 아이가 절반정도는 넘었었다. 당시 학생복을 입은 아이들은 집안 형편이 여유 있는 집 아이들로 위세가 당당했으며 한복을 입은 아이들은 촌뜨기라고 놀림감이 된 쓰라림을 겪어야 했었다.
2차 대전 중인 일제말엽엔 모든 물자가 귀해 배급제였는데 학생복이나 운동화도 학교에서 배급을 받아야했었다. 제비뽑아 운이 좋아야 학생복 한 벌을 배급받는데 그때는 물자절약 관계로 동하(冬夏)복 구별 없이 바지는 모두가 한즈봉(はんズボン-半ズボン)인 반바지였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어야 했으니 그 고초는 말이 아니었다.
그 시절 즈봉이란 발음가지고도 말이 많았다. 원래 일본발음은 탁음 발음으로 즈봉(ズボン)이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부터 된 발음 쓰봉(ツボン)으로 바뀌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중간발음 스봉(スボン)으로 발음하는 이도 있어 혼란스러웠었다.
당시 즈봉이라는 발음을 가지고 누가 일본식 표준 발음을 하나 하는 실력 자랑을 하기도 했는데 나는 항상 발음이 강해 된 발음인 쓰봉(ツボン)이라 발음해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기도 했었다.
즈봉이란 본래 일본말도 아니다. 프랑스어의 쥬폰(jupon)에서 온 말로 일본이 자기나라의 순화어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 다리를 거쳐 들어온 즈봉(ズボン)으로 받아드렸기에 일본말로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즈봉이란 얘기는 점차 사라지고 본디의 바지로 통용되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이토록 한번 잘못 물들면 탈색하기가 힘들다. 궤도를 벗어난 기관차가 제자리로 옮겨 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듯이 본디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 옛날 외국문물을 받아드릴 때 거의 일본을 거쳐 들여왔기에 그 과정에서 때가 묻거나 오염됐음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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