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민족·국가, 그리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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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민족·국가, 그리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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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맞아 활시위를 당기는 임시현/유튜브‘올림픽’ 중계화면 캡처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맞아 활시위를 당기는 임시현/유튜브‘올림픽’ 중계화면 캡처

요즘 유튜브와 온라인에서 DNA 데이터를 근거로 한민족, 단일민족, 혈통 등을 설명하는 콘텐츠가 부쩍 많아졌다.

Y염색체 분석 등 생물학의 발전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어떤 콘텐츠들은 교묘하게 우리 민족의 생물학적 이질성과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징후들이 버젓이 보인다.

문제는 이 대부분의 콘텐츠가 선의이건 악의이건 종족, 민족, 국가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된 관심 이슈는 ‘한민족은 단일민족인가?’라는 데 맞춰져 있다. 이러한 질문의 설정은 기초 개념부터 잘못된 것이지만, 댓글을 보면 아주 심각하다. 마치 민족 말살 세력 같다. 물론 그게 다 우리 국민이라고 믿진 않지만.

우리는 종족(Tribe/Ethnic)과 민족(People/Ethnic group/Nation) 사이의 개념적 구분이 모호한 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한민족의 동질성을 논할 때 DNA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협의의 민족, 어쩌면 종족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논점의 기초가 흔들리는 셈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개념이 민족(民族)이다. 민족의 현대적인 개념에 국가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Nation’이라는 개념이 포함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민족이라는 개념은 아주 모호하다.

미국 사회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1983년에 민족주의의 본질을 논한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에서 이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민족이 정치가 만들어낸 개념이라고도 말했다. 좀 극단적이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많은 논란을 낳았음에도 여기에 인용하는 이유는 그가 주창한 이론의 대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언어와 문화라는 요소를 민족의 개념에 결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이거나 주관적으로 상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 민족의 개념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처럼 5천 년 이상 언어와 문화를 공유해 온 대규모 집단은 지구상에 흔치 않다는 데 민족론의 방점을 둬야 한다.

언어를 포함한 문화는 DNA나 정치적 카테고리, 이념적 동질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아이덴티티를 민족에게 부여하고, 집단적 무의식을 지배하는 힘 또한 아주 강하다. 또 그것이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결집할 때 진정한 민족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문화라는 척도에서 세계 어느 민족도 이처럼 거대한 스케일로 한민족의 동질성과 순수성, 정통성을 따라올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위대한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또 얼마나 대단한지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빼앗겼거나 모른다고 해서 그 민족적 문화의 잠재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양궁 과녁의 ‘텐(10)’을 연속 뚫고, 또 어느 날 BTS가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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