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학의 빈자리를 채운 2년…이천, 반도체 인재도시로 가는 첫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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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의 빈자리를 채운 2년…이천, 반도체 인재도시로 가는 첫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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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대학이 없던 한계를 탓하기보다, 인재를 키울 길을 먼저 만든 도시의 선택이 더 주목된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공장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첨단산업 시대의 승부는 결국 사람에게서 갈린다. 생산라인이 아무리 거대해도 그 안을 움직일 인재가 없다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9일 문을 연 이천시 반도체 융복합교육센터는 단순한 교육시설 개소를 넘어, 산업도시 이천이 미래 성장의 축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읽힌다.

이천시는 이날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와 협력해 반도체 융복합교육센터의 문을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강의실과 실습실을 갖춘 교육공간의 개소식이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는 2년 동안 이어진 행정적 설계와 지역 산업 전략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물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천은 SK hynix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표 반도체 산업 거점임에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4년제 대학 설립이 제한돼 왔고, 그동안 지역 내 고급 인재 양성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업은 이미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지역 청년들이 그 산업 안으로 진입할 교육 통로는 충분하지 못했던 셈이다. 이 간극은 단순한 교육 문제를 넘어 지역 정주 여건과 청년 유출, 기업 인력 수급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천시가 2년 전 한국폴리텍대학의 문을 두드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을 새로 세울 수 없는 현실이라면, 산업 현장에 필요한 교육 기능을 지역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선택이었다.

실제로 이번 교육센터는 단기간에 추진된 사업이 아니다. 2024년 4월 상생협약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설립 및 운영 협약을 체결하며 협력 구조를 구체화했고, 이후 관련 조례 제정까지 마무리하면서 사업의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단순한 선언 수준에 그치지 않고 법적·행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소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특히 지난해 7월 조례 제정은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종종 단체장 임기나 예산 편성 여건에 따라 방향이 흔들리기 쉽지만, 조례를 통한 제도화는 사업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한다. 기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번 센터의 진짜 의미는 건물보다 시스템에 있다. 한 번의 개소식보다 향후 수년간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센터는 관고동 부악근린공원 꿈자람센터 내 연면적 1,519.4㎡ 규모로 조성됐으며, 30명 규모 강의실 3개와 반도체 전공정·후공정·설계 장비 70여 대를 갖춘 실습실, 교수실 등을 갖췄다. 단순 이론 중심 교육공간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 가까운 실습형 교육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산업은 공정 운영과 설계, 장비 관리, 품질 분석 등 세분화된 전문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현장형 교육 없이는 실질적인 인재 양성이 어렵다.

이번 센터가 초·중·고 학생의 진로 체험부터 청년층 취업 연계 교육, 중장년층 재취업 프로그램까지 폭넓게 운영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취업 준비생 몇 명을 양성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형 인재 양성 모델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미래 산업에 대한 진로 인식을, 청년층에는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중장년층에는 직무 전환과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다.

여기에 SK hynix를 비롯한 7개 소부장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은 이번 사업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는 부분이다. 첨단산업 교육은 교육기관의 커리큘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변화 속도와 현장 수요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느냐가 핵심이다. 기업 참여형 교육 구조는 수료 이후 채용 연계 가능성을 높이고, 교육과 산업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자수첩의 시선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번 개소가 상징성과 기대감은 충분하지만, 향후 성과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생 수나 프로그램 횟수 같은 형식적 지표보다 실제 취업률, 지역 청년 정주율, 기업 수요 충족도와 같은 실질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이천의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지가 향후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김경희 시장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곧 인재 확보”라고 강조한 대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의 산업 경쟁은 설비 경쟁을 넘어 인재 경쟁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천이 이번 교육센터를 통해 보여준 것은 공장을 품은 도시에서 인재를 키우는 도시로의 전환 의지다.

2년의 결실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제도적 한계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교육으로 풀어내려는 선택, 그리고 산업과 대학, 기업이 함께 만든 상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소는 이천의 미래 산업 전략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첫걸음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개소식의 박수가 아니라, 이 공간에서 실제로 어떤 인재가 성장하고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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