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송은경 기자] 예산은 편성되는 순간보다 집행이 끝난 뒤 더 많은 질문을 남긴다. 얼마를 세웠는가보다 어디에, 어떻게, 왜 쓰였는지가 결국 행정의 성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도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은 사업이 끝난 뒤 반드시 검증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역할은 단순한 절차적 확인을 넘어 행정 신뢰를 세우는 핵심 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의회가 지난 2일 수원 포포인츠바이쉐라톤에서 개최한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위원 교육 및 정담회’는 단순한 사전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결산검사는 이미 지나간 숫자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재정 운영 방향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예산이 도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계획된 사업이 본래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 더 나은 정책 집행을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살피는 과정은 곧 지방행정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절차다.
이번 행사에는 결산검사위원 13명을 비롯해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 집행부, 예산분석과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규모만 보면 단순한 회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민 세금의 흐름을 되짚고 향후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었다.
행사는 전문가 특강과 정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이은미 예산자문위원이 ‘국회 결산검토 분석사례 소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국가 단위 결산 분석 사례를 소개하며 결산검사의 방향성과 실무적 접근법을 설명했다. 이어 강혜석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회계 및 결산감사’를 주제로 지방재정 운영 구조와 결산검사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핵심 요소를 짚었다.
이 같은 교육은 단순한 이론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의회 결산검사는 각종 사업 예산과 행정 집행 결과를 실제 사례 중심으로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실무 경험과 분석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경기도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지자체 예산을 다루는 경우, 세부 사업의 범위와 규모가 방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이번 교육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필요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회계 숫자의 정합성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예산이 정책 목표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됐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어진 정담회에서는 도청과 교육청 집행부가 결산검사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결산검사위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효율적인 진행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과정은 지방의회와 집행부 간의 건강한 협치 구조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결산검사는 집행부를 일방적으로 지적하는 절차가 아니라,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예산 운영 체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한계와 개선점을 객관적으로 공유하고, 향후 유사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결산검사의 본래 목적이다.
특히 최근 지방재정 운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의는 더욱 중요하다. 복지 수요 확대, 교육 투자 증가, 지역 균형발전 사업, 교통 인프라 확충 등 경기도가 감당해야 할 재정 과제는 매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이 단순히 집행됐다는 사실보다, 집행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는 일은 지방행정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김도훈 결산검사 대표위원의 발언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결산검사는 도민의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말은 단순한 원론적 표현이 아니다. 이는 곧 지방의회가 도민을 대신해 행정을 점검하고,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가장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도민의 눈높이에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책임 있는 결산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부분 역시 이번 결산검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결산검사의 핵심은 숫자보다 결과다. 예산서에 기재된 항목이 계획대로 집행됐는지 여부를 넘어, 그 집행이 실제 도민 생활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예산이라면 학교 현장의 학습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복지 예산이라면 취약계층 지원의 체감도를 높였는지, 지역개발 사업이라면 주민 편익 증대와 균형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교육과 정담회는 결산검사위원들이 보다 정책적 시야를 가지고 검사에 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결산검사는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해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성과 분석은 내년도 예산 편성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결산은 과거를 정리하는 절차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과정이기도 하다.
지방의회의 역할은 여기서 더욱 중요해진다.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를 단순히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예산 구조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번 경기도의회의 움직임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 단계로 읽힌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부분은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방재정 규모가 커질수록 결산검사 역시 단순한 행정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계적 이해, 정책 분석 역량, 사업 구조에 대한 통합적 시각이 함께 요구된다.
이번 전문가 특강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방의회의 신뢰는 회의 횟수나 행사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결국 도민의 세금이 얼마나 책임 있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된다.
그 출발점이 바로 결산검사다. 예산은 숫자로 시작되지만, 그 끝은 도민의 삶이어야 한다. 도로 하나, 학교 시설 하나, 복지사업 하나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일이 곧 의회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이번 경기도의회의 결산검사위원 교육 및 정담회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시작이다. 행사 하루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도민 세금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지방재정의 신뢰를 높이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결산은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미래 행정의 방향을 세우는 나침반이다.
경기도의회가 이번 준비 과정을 바탕으로 보다 내실 있는 결산검사를 이어간다면, 이는 단순한 회계 점검을 넘어 도민에게 신뢰받는 책임 행정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자수첩 한마디 "결산은 지나간 숫자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도민의 세금이 어디에 쓰였고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는 책임의 시간이다. 숫자 뒤에 사람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결산검사의 본질이며 지방의회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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