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는 결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건물이 들어섰는지, 어떤 사업이 완성됐는지, 얼마나 큰 예산이 투입됐는지만으로 도시의 수준을 모두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도시의 진짜 역량은 완성 이전의 과정에서 드러난다. 아직 쓰임이 확정되지 않은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당장의 시민 불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개발과 행정이 시민의 삶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에 따라 그 도시의 행정력과 공공성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용인도시공사가 보여준 조치는 단순한 협조 행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용인도시공사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 구역 내 유휴 부지를 겨울철 제설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지 내 아직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공간을 시민 안전을 위한 현장 대응 거점으로 전환한 것이다. 개발사업의 부속 공간처럼 보일 수 있는 땅이 실제로는 도시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에 제공된 공간은 약 2,000㎡(약 605평) 규모다. 이 정도면 단순히 임시 적치 공간 수준이 아니라 제설 차량과 제설 자재를 충분히 배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 거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제설 작업은 장비의 보유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현장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배치돼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폭설이나 한파가 닥쳤을 때 초기 대응 속도가 늦어지면 시민 불편은 물론이고 교통사고 위험까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겨울철 도로 상황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악화된다.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차량 흐름은 금세 둔화되고, 기온이 내려가면 결빙 구간이 생겨 사고 위험이 순식간에 높아진다. 특히 간선도로와 교차로, 경사 구간, 상습 결빙 지역은 단 한 차례의 대응 지연만으로도 큰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제설의 핵심은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신속하게 필요한 지점에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플랫폼시티 사업지구 내 제설 전진기지 확보는 전략적 의미가 분명하다. 눈이 오는 시기마다 매번 먼 거리에서 장비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는 빠른 대응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설 차량과 염화칼슘 등 자재를 미리 가까운 곳에 배치할 수 있다면 초기 대응 시간은 눈에 띄게 단축될 수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대 시민 불편을 줄이고, 주요 도로와 결빙 우려 구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는 적지 않다.
용인도시공사가 이번 조치를 통해 보여준 부분은 단순한 공간 제공만이 아니다. 공사는 제설 장비의 원활한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현장 여건을 정비하고,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자치구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방식으로 협조했다. 즉, 형식적으로 부지를 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까지 손을 뻗은 셈이다. 이런 방식은 공기업이 지역사회와 행정 수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공사는 본래 도시개발과 기반 조성, 공공사업 수행을 주요 역할로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사업 일정 관리와 재정 운영, 토지 활용 계획 등이 우선적인 판단 기준이 되기 쉽다. 개발사업 구역 내 부지는 곧 사업 자산이기 때문에 외부 활용에는 대체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개발사업의 틀 안에서 공공 목적을 동시에 실현하려는 유연한 판단으로 읽힌다. 사업의 본연 목적은 유지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유 공간을 도시 전체의 안전과 연결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사실 대규모 도시개발 현장에는 일정상 비어 있는 땅이 적지 않다. 사업 구간별로 공정 시점이 다르고, 일부 부지는 착공 전까지 상당 기간 유휴 상태로 남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공간이 대부분 울타리 안에 갇힌 채 사실상 방치되거나, 최소한의 관리만 이뤄지는 데 그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 공간은 전혀 다른 공공 자원이 될 수 있다. 재난 대응, 임시 행정 거점, 생활 편의 지원, 공공 적치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플랫폼시티 부지 활용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개발 부지가 시민 안전을 위한 현재의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도시개발을 미래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도시는 늘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완공 이후의 모습만 중요하게 여기는 접근은 자칫 지금 이 순간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필요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개발의 시간 속에 공공의 시간을 함께 끼워 넣은 결정이라 할 만하다.
더 주목할 대목은 공공기관 간 협업의 방식이다. 도시 안전은 어느 한 부서나 한 기관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로 관리 부서는 장비와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공간을 보유한 기관은 필요할 때 이를 현실적으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례는 각자 보유한 기능을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협력은 보여주기식 업무협약보다 훨씬 실질적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표지판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고, 선언보다 작동하는 시스템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철 날씨 역시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눈이 내리거나, 한파와 강설이 겹치는 상황도 드물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매뉴얼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생기기 쉽다. 결국 도시 행정은 보유한 자원 안에서 새로운 활용 방식을 계속 찾아야 한다. 그 점에서 유휴 부지를 제설 거점으로 전환한 이번 선택은 단순한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 다른 개발사업 현장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실용적 모델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유휴부지가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전성, 접근성, 향후 사업 일정, 법적 절차 등 검토해야 할 요소는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활용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을 위해 쓸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하는 자세다. 공공기관의 경쟁력은 많은 자산을 보유한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자산을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 판단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
이번 사례는 플랫폼시티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시민이 조금 더 가깝게 느끼게 하는 측면도 있다. 대형 개발사업은 종종 먼 미래의 그림처럼 인식되기 쉽다. 사업 설명과 계획 발표는 이어지지만 시민이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부지 일부가 실제로 시민 안전을 위한 기능을 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업이 완공된 뒤의 가치만이 아니라 진행 과정에서도 시민 삶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용인도시공사가 이번 조치를 통해 보여준 것은 거창한 수사가 아니다. 비어 있는 공간을 그냥 두지 않았고, 시민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공 가치와 연결했다는 점이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은 흔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은 이렇게 예상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찾아온다. 멈춰 있는 땅을 움직이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을 현재를 지키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공기관이 지역사회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역할 중 하나다.
개발은 결국 도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도 시민의 삶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시티 부지의 공간은 숫자로만 보면 하나의 면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이 제설 전진기지로 활용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시민의 겨울 출근길과 일상의 안전을 뒷받침하는 공공 자산이 된다. 도시 행정의 깊이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드러난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자원을 꺼내 쓸 수 있는 준비된 판단. 이번 사례는 그 의미를 충분히 보여줬다.
기자 한마디는 "도시는 완성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쓰이지 않던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에서 그 도시의 깊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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