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무 제로’ 안산시 재정…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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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무 제로’ 안산시 재정…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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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마디 ‘채무 제로’는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종착점은 아니다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국·도비 확보와 자산 재구조화, 도시 재정 전략의 실제 지방정부 재정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는 대개 ‘채무’다. 지방채 규모나 채무비율이 도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처럼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지방정부 재정의 본질은 단순한 채무 규모가 아니라 재정 구조와 세입 기반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안산시 재정 운영을 둘러싼 논의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안산시는 현재 지방채가 없는 ‘채무 제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외부 차입 없이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국·도비 공모사업을 통해 외부 재원을 확보하고 자산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 운용 폭을 넓히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중앙정부와 경기도 공모사업 348건에 선정되면서 약 3,017억 원의 외부 재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자체 재원 부담을 줄이면서도 정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재정 수단이 된다. 자체 세입 역시 일정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시 자료에 따르면 안산시 자체 세입은 2024년 7,068억 원에서 2025년 7,420억 원으로 증가했다. 급격한 증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세입 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재정을 평가할 때 단순한 세입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 지표의 변화 방향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재원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고, 재정자주도는 중앙정부 이전 재원을 제외하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최근 공개된 자료를 보면 안산시 재정자립도는 2022년 36%대에서 2025년 34%대 수준으로 다소 낮아졌고 재정자주도 역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표면적으로 보면 재정 자율성이 약화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표만으로 안산 재정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재정자립도는 중앙정부 보조금이 늘어날 경우 오히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비 사업이 확대되면 예산 규모는 커지지만 자체 재원 비율은 낮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재정자립도를 단독 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예산 규모 확대와 재정 구조 변화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안산 재정 운영 방식의 특징이 드러난다.

안산시는 지방채 대신 외부 재원 확보와 자산 재구조화를 중심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방정부는 도시개발이나 대형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때 지방채를 활용한다. 지방채는 미래 세입을 기반으로 현재 투자를 확대하는 재정 수단이다. 그러나 안산시는 지방채 대신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산 재구조화 전략이다. 안산시는 장상지구와 신길2지구 등 개발 지역 공공시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시유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동 89블록과 옛 해양연구원 부지, 초지동 시민시장 등 일부 공유재산을 활용해 공공시설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대신 기존 자산을 재배치해 재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재정 관점에서 보면 채무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도시 자산 구조가 변화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산 매각은 단기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공 자산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산 매각 자체가 아니라 그 자산이 어떤 도시 전략을 위해 사용되는지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학교 부지나 공공시설 부지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는 만큼 자산 재배치는 도시 인프라 확보 전략과도 연결된다. 안산 재정 구조를 이해하려면 도시 경제 구조 역시 함께 봐야 한다.

안산은 수도권 대표 산업도시다.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산업단지는 지방재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 기업 활동이 활발하면 지방세 수입 역시 증가하고 반대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지방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월·시화 산업단지는 수도권 제조업 중심지였지만 최근에는 노후 산업단지라는 구조적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고도화 정책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도시 재정 기반 정책이기도 하다. 산업 경쟁력이 유지되어야 지방세 기반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구 구조 역시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 많은 지방정부가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으며 특히 청년 인구 유출은 도시 경제와 재정 구조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청년 정책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도시 성장 전략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안산시가 교육 정책과 청년 정책을 주요 재정 투자 분야로 제시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구조와 연결된다. 결국 안산 재정 전략의 핵심은 ‘재정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재정 투자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그 결과가 다시 세입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 경쟁력이 강화되면 기업 활동이 확대되고 이는 지방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정책 역시 장기적으로 도시 인구 구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재정 안정성과 도시 성장 전략이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재정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 정책은 대부분 중장기적으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지방재정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지방재정은 단순한 행정 예산 관리 기능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도시 경쟁력과 산업 정책, 인구 정책까지 연결되는 종합 정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산시의 ‘채무 제로’ 재정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채무가 없다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그 재원을 어디에 투자하는지다. 재정 정책은 도시의 방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 재정의 미래는 숫자보다 구조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정책 선택에서 드러난다. 안산 재정이 선택한 방향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 흐름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자수첩 한마디 "채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재정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빚의 유무가 아니라, 그 재정이 어떤 도시의 미래를 향해 쓰이고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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