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는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주거 형태와 교통 구조, 산업 입지, 생활 인프라는 수십 년간 축적된 선택의 결과물이다.
군포시가 오랜 시간 ‘기성도시’로 불려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 산본신도시 조성 이후 안정된 주거지라는 이미지, 그리고 대규모 신규 개발보다는 기존 도시를 유지·관리하는 흐름이 이어지며 군포는 비교적 정적인 도시로 인식돼 왔다.
군포시는 15일 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인식의 틀을 넘어서는 2026년 시정운영 목표와 주요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분명했다. 노후화된 도시 구조를 단계적으로 정비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기반을 마련해 시민이 체감하는 ‘살기 좋은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이다. 단기간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메시지에 가까웠다.
이날 간담회에서 군포시는 2026년 시정운영을 네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주거환경 개선, 미래도시 기반 구축, 경제활력도시 조성, 그리고 꿈과 기회가 있는 도시 구현이다. 각각의 과제는 개별 정책이라기보다, 도시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서로 맞물려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군포시가 제시한 첫 번째 축은 주거환경 개선이다. 산본신도시를 포함한 노후 주거지 재정비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군포시는 정비사업이 속도와 성과만을 앞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절차와 기준에 따라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간 이해관계 차이와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예측 가능한 기준과 원칙을 바탕으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은, 장기간 이어지는 도시정비 특성상 행정의 역할이 ‘조정자’이자 ‘안내자’에 가깝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노후 주거환경 개선은 단순히 주택을 새로 짓는 문제가 아니다. 생활 인프라, 보행 환경, 커뮤니티 공간, 안전 문제까지 함께 고려돼야 시민의 일상이 달라진다. 군포시가 주거환경 개선을 2026년 시정운영의 첫 축으로 제시한 것은, 도시 경쟁력의 출발점이 결국 ‘사는 곳’에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 축은 미래도시 군포의 기반 구축이다. 군포시는 철도 지하화와 광역교통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도시 구조의 단절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경부선과 안산선 철도 지하화는 군포시의 오랜 도시 현안 중 하나다. 군포시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지속하며, 해당 사업이 국가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는 교통 개선을 넘어, 도시 공간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로로 인해 나뉘어 있던 생활권을 연결하고, 상부 공간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열어준다.
금정역 통합개발 역시 군포시가 강조한 주요 과제다. 협약 체결과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환승체계를 개선하고, 역세권 종합개발을 통해 교통과 도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야미역 하부역 확장 등 광역교통 현안에 대해서도, 개발에 따른 교통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 남부기술교육원 부지 활용 방향도 이날 함께 언급됐다. 군포시는 서울시와의 협의를 마무리해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생활공간 조성 방향을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부지 활용을 넘어, 시민 생활과 도시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 축은 경제활력도시 조성이다. 군포시는 신산업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방향을 제시했다. 웨어러블 로봇 실증센터 구축을 본격화하고, 당정동 공업지역 개발을 바이오 R&D 중심의 산업 전환으로 추진해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산업 구조를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도시의 산업 지형을 점진적으로 바꾸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 유치는 일자리 창출과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의미를 갖는다.
지역경제와 관련해서는 소상공인 지원 강화와 지역화폐 운영을 통한 소비 촉진이 이어진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 골목상권 기반 강화는 대규모 개발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정책이다. 시민 일상과 가장 가까운 경제 영역을 지탱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군포시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대기업·신산업과 소상공인이 공존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정 영역에 치우치기보다는 도시 전체의 경제 생태계를 균형 있게 키우겠다는 접근이다.
네 번째 축은 꿈과 기회가 있는 군포 구현이다. 군포시는 청년공간 ‘플라잉’을 중심으로 청년의 역량 강화와 진로·취업·창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과 청년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넓히겠다는 목표다.
청년 정책은 단기간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군포시가 공간, 교육, 지원 정책을 결합해 청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은, 청년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복지 분야에서는 돌봄 체계 강화와 의료·돌봄 연계 지원을 통해 생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돌봄 정책은 도시의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AI 무인냉장고 ‘군포 얼음땡’과 AI 핫팩 자판기 ‘군포 핫뜨거’ 등 생활밀착형 정책에 대해서도 운영 효과를 점검해 필요한 곳 중심으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쭉축제 등 지역 대표 행사는 시민 참여와 지역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26년 주요 과제는 그동안 추진해 온 방향과 계획을 구체화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완성해 나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시민 소통을 바탕으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군포시가 제시한 2026년 시정운영 방향은 거창한 구호보다는, 도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성도시라는 틀을 부정하기보다는, 그 위에 새로운 기능과 가능성을 덧입히겠다는 접근에 가깝다.
도시 전환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방향이 분명할 때, 변화는 조금씩 축적된다. 군포시가 제시한 2026년 핵심 과제는 그 축적의 과정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답안지로 읽힌다. 시민의 일상 속에서 이 계획들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그 과정 자체가 군포의 다음 시간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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