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전 세계에서 불법적으로 발생한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1540억 달러(약 210조 원)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급증에는 러시아, 북한, 이란 등 국제 제재 대상 국가들의 적극적 참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불법 거래 증가는 블록체인 범죄와 제재 회피 움직임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분석 결과, 올해 불법 가상화폐 거래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제재 국가의 공식적 가상화폐 활용이 지목됐다. 러시아가 2024년 법적으로 가상화폐를 제재 회피 수단으로 인정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루블화와 연동된 ‘A7A5’라는 자체 토큰을 공식 출시했다. 이 토큰의 거래액만 약 930억 달러에 달했으며, 러시아 외에도 북한, 이란 등 여러 국가와 단체가 디지털 자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불법 거래 규모는 1년 사이 7배 가량 뛰었다.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구축한 초국경 자금세탁망 역시 대규모 불법자금 이동을 이끌었고, 국가 단위 행위자와 조직범죄, 기존 가상화폐 범죄가 서로 결합함에 따라 블록체인 상 불법 활동의 양상이 한층 복잡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에는 해킹, 사기, 랜섬웨어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이버 범죄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동남아 현지 사이버 범죄 조직들이 매년 수백억 달러의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세탁하는 등 범죄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이 아프리카 국가의 수사 기관과 공조해 1200여 명의 사이버 범죄 용의자를 검거했으며, 이 중 한 조직은 3억 달러 규모 투자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서 불법 거래 비중은 1% 미만으로 집계됐지만, 가상화폐 등장은 지난 10년간 사이버 범죄 확산의 기반 역할을 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소포스(Sophos) 위협 인텔리전스 책임자는, 랜섬웨어가 빠르고 국경 없는 가상화폐 결제 덕분에 급속히 확산됐다고 설명하며, 범죄조직은 이를 통합 세탁 체계와 연계해 가상화폐를 현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가상화폐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비중이 급증한 것도 2025년의 특징이다. 체이널리시스 자료에 따르면 불법 자금의 84%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동했다. 그 배경으로는 낮은 변동성, 송금 편의성, 인플레이션으로부터의 방어 등을 들 수 있다.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제재 대상 국가 혹은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달러 기반 자산이 국경을 넘는 거래에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됐다. 러시아 A7A5와 같이, 국가가 주도하는 가상화폐 인프라 등장에 맞춰 자금 세탁과 현금화, 인프라 제공까지 총망라하는 풀스택 형태의 범죄 서비스 산업이 고도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수사 당국 부담을 높이는 한편, 중앙은행 등 통제력을 가진 주체가 없다 보니 사기 등 범죄에 대해 신속한 자금 환수나 국경 간 수사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국가와 조직 범죄 세력이 가상화폐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분수령으로 평가했다. 전체 거래에서 불법 비중은 낮지만, 신뢰성과 보안 유지를 위한 방안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긍정적 변화로는 올 한 해 동안 수사기관이 12만7000개 비트코인(약 150억 달러)을 압수하는 등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가상화폐가 합법·불법 경제 모두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한 만큼, 관련 규제·수사·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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