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빠른 도입이 전문직종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기존에 대체가 어렵다고 여겨진 직업군에서도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신입 인력 채용이 축소되고 있다. 2023년 자격증을 취득한 회계사 약 1천여 명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신규 채용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변호사 자문을 주요 업무로 하는 대전의 한 법무법인 대표 A씨는 최근 6년 동안 함께 근무해온 변호사 2명과 재계약하지 않고, AI 기반 리걸테크 및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는 AI가 표준계약서 초안 작성에 투입됨으로써, 과거 수일이 소요되던 작업이 단순화됐고 인건비 부담도 절반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흐름은 회계업계에서도 확인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작년 10월 'Gen AI팀'을 신설해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고,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링고(Lingo)'를 회계 및 법률 분야 번역 업무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업무를 맡아온 기존 인력 대신 AI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은 AI 감사와 통합 플랫폼을 적용하며 자동화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AI 활용에 따른 비용 절감이 업계 공통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기침체 속 신규 회계사 채용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관련 기관이 2023년 11월 3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5년 회계사 시험 합격자 1200명 중 같은 해 10월 말 실무 수습기관에 등록한 인원은 338명으로, 26%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CPA 시험에 합격한 김 모씨(26)는 정규직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으며, 기존 2대 1 수준이던 경쟁률이 최근에는 200대 1로 크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취업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고, AI가 감원 명분을 제공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회계사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디자인, 교열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청년 고용 감소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이 2023년 10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중 AI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 일자리가 98.6%로 집계됐다. 학력별로 보면, 중상위 학력 근로자가 AI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AI가 형식화된 지식이나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대인관계와 조직관리 등 맥락이 중요한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기 내에는 AI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향후 5년 동안 AI 도입으로 일자리 순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12억 개의 일자리를 분석해, 2030년까지 5년 동안 9200만 개 일자리가 AI로 인해 사라지지만, 반대로 1억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AI와 인간이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증가하고, 생산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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