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 감각을 시장논리에 내어준 아트테크
리셀시장에서 예술성은 종종 비가시화 된다
예술은 여전히 감각을 회복시키는 힘이다

“그림을 보면 속상하다”는 고백의 전화를 받았다. 지인이자 작년 갤러리K 사태의 피해자였다.
예술작품이 감상의 대상이 아닌, 실패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
투자자의 심정으로 던져진 이 말은, 단지 개인의 상실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예술과 자본, 감정과 시스템, 주체와 상품 사이의 균열이 드러난 지점에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예술의 진짜 자화상이기도 하다.
2024년, 갤러리K를 둘러싼 아트테크 사태는 수천 명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적 문제를 넘어서, 현대 예술 소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언제부터 ‘오르는 물건’이 되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어떤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었는가?
예술은 언제부터 ‘상장 상품’이 되었나
20세기 후반 이후, 예술은 점점 더 시장 논리에 포섭되어 왔다.
‘아트페어’는 ‘아트마켓’이 되었고, 작가의 이름은 주식처럼 회자되었다. 갤러리K는 바로 그 흐름의 최전선에 있었다. 작품은 ‘분할 매매’가 가능해졌고, ‘연 9% 수익 보장’이라는 말이 예술 앞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었다.
예술은 감상의 대상이 아닌 수익의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예술의 ‘아우라’는 가격의 상승 곡선으로 대체되었고, 예술가의 존재는 브랜드화된 이름표로 축소되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점점 ‘감상자’가 아닌 ‘투자자’로 재편되었다.
그림 앞에서 감동보다 시세를 먼저 떠올리는 시대, 예술은 과연 여전히 ‘예술’일 수 있었는가?
실패한 작품이 아닌, 실패한 기대
갤러리K의 수많은 구매자들은 “그림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기대와 달리 수익은 오지 않았고, 그림은 더 이상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 판단의 실수를 상기시키는 사물이 되어버렸다.
이 지점에서 묻고 싶다. 정말로 실패한 것은 그림인가, 아니면 그것에 걸었던 기대인가?
그림은 여전히 작가의 손으로 그려졌고, 색과 선은 제 몫의 감각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 감각은 수익을 중심으로 훈련된 시선 앞에서 무력해졌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감각이 감상의 감각을 덮어버린 시대의 풍경이다.
리셀 시장의 냉정함과 미적 가치의 비가시성
작품을 되팔고 싶어도 시장은 냉정하다.
경매 이력, 작가의 활동력, 수요자 네트워크— 모두가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종종 실종된다. 심지어 어떤 그림은 “너무 많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의 본질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래가 먼저 보이는 구조는 결국 예술이 사회 안에서 차지하던 본래의 자리를 갉아먹는다.
그럼에도 예술은 감각의 회복이다
그러나 이 모든 위기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여전히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예술 컬렉션은 투자와 수익 이전에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감정의 거울'이 되어 준다. 작품은 그 자체로 시대의 공기를 담고 그림 한 점은 삶의 한 구석을 조용히 밝혀 주는 등불이 된다
예술을 소유하는 것은 감각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풍성해지고 소유자의 내면을 확장하는 내밀한 여정이 된다.
예술은 여전히 실패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구매했던 그림들은 지금도 그 어딘가 벽에 걸려 있다
그림은 말을 하지 않지만, 질문은 던진다.
“나는 실패였을까?”
“아니면 당신이 나를 보는 눈이 바뀐 것일까?”
그림을 바라보자니 그림도 한숨짓는 나를 바라본다 ㅡ
예술은 실패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는 눈, 그 눈이 한동안 시장의 빛에 가려졌던 것이다.
다시, 감상의 감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림은 실패의 흔적이 아닌, 회복의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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