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의 수도 ‘아바나 증후군(Havana Syndrome)’으로부터 러시아의 군함(Russian warships)까지, 최근 몇 년동안 주요 언론들은 쿠바에 대한 히스테리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쿠바는 중국의 스파이 기지(Cuba is China spy bases”이다. 이 스파이 기지가 도깨비와 같은 곳이라는 평가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지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음에도 그러한 소문이 사실인양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증거가 있어야 사실이라는 측과 증거는 없지만 분명한 심증이 있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는 측이 엇갈리고 있다.
‘스파이 기지는 스파이(간첩)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이나 장소로, 정보의 수집과 분석, 작전을 계획하는 곳으로 ▷ 수집괸 정보를 분석하고 저장하는 정보센터, ▷ 스파이와 정보 제공자 간의 비밀 통신을 위한 통신 시설, ▷ 스파이 활동을 위한 훈련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훈련 시설, ▷ 스파이 작전의 계획과 지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작전 계획실’ 등이 있는 곳이 스파이 기지이다.
스파이 기지의 건설을 상상해 보면, 위치 선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스파이 활동에 적합한 은밀한 곳이어야 하고, 보안, 통신, 정보 처리 등을 고려한 설계이어야 하며, 건설 자체도 보안과 비밀 유지가 필요하며, 스파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운영 등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기밀 정보를 다루는 분야나 비밀 작전 관련 부서에서 유사한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스파이 기지와 건설 등을 놓고 볼 때, 쿠바가 중국의 스파이 기지로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가는 대단한 상상력과 ‘스모킹 건’이라는 증거가 있을까?
미국의 진보 성향의 온라인 잡지인 ‘카운터펀치’는 12일(현지 시간) “중국의 쿠바 스파이 기지를 계획”과 관련한 글을 꽤나 긴 글을 올렸다.
2023년 6월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워런 P. 스트로벨(Warren P. Strobel)과 고든 루볼드(Gordon Lubold)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계획하다(China Plans Spy Base in Cuba)”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썼다.
이 기사는 “중국이 수십억 달러를 대가로 쿠바의 섬에 도청 시설을 설치하기로 비밀 협정을 맺었다”고 언급했다. 이 기자들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인용하며 이 스파이 기지가 미국에 ‘전례 없는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유일한 명백한 출처는 “익명의 미국 관리들(anonymous U.S. officials)”이었다. 워싱턴 주재 쿠바 대사관은 이 기사를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를 “그림자를 쫓고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전문가”라며, 해당 기지에 대한 지식을 전면 부인했으며, 미 백악관도 WSJ 기사가 ‘부정확하다(inaccurate)’고 밝혔다.
이틀 후, 언론의 잇따른 보도와 국회의사당에서 양당의 분노가 터진 후, 배경 설명(이름을 밝힐 수 없음)을 맡은 백악관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중국이 이미 수년 동안 쿠바에서 ‘정보 수집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공무원들의 모호한 진술 외에는 증거가 제공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바의 중국 스파이 기지”가 주요 헤드라인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보는 본질적으로 비밀이므로 출처가 익명을 고집하고 확실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자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공무원의 진술에 전적으로 기반을 두고 보도할 때, 건전한 회의주의( healthy dose of skepticism)가 필요하다.
전문 저널리스트 협회 윤리위원회는 기자들이 가능한 한 출처를 밝히고, 익명의 출처의 동기를 항상 의심할 것을 촉구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이 기사를 실은 다른 언론 매체도 그렇게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 익명 처리 기산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쿠바에 있는 중국 스파이 기지에 대한 증거 없는 선동적 보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0년에 미국에서 발행되는 스페인어 신문인 엘 누에보 헤럴드(El Nuevo Herald)는 (출처를 제공하지 않고) 중국이 쿠바의 작은 마을인 베후칼(Bejucal)에 ‘중요한 도청 기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고, 2년 후에 중국이 쿠바의 다른 두 곳에 간첩 기지를 건설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다, 물론 이 기사도 출처는 없었다.
201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토론하던 중,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에 쿠바 베후칼에 있는 ‘중국 도청국’을 퇴출할 것을 촉구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그러한 도청국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CNN 진행자 제이크 태퍼(Jake Tapper)도 그에게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구글도 가세해 또 다른 미국의 적대자를 지목했다. 베후칼의 군사 시설은 구글 지도에서 ‘중국 및 러시아 정보 기지’로 언급됐다. WSJ의 익명 소식통조차도 러시아가 쿠바에서 ‘스파이 기지’를 운영하는 데 공모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 난무하는 소문과 추측
"중국 스파이 기지" 스토리의 최신 반복은 지난달 워싱턴 D.C.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 문제연구센터(CSIS)가 “비밀 신호 : 쿠바에서 중국의 정보 활동 해독(Secret Signals: Decoding China’s Intelligence Activities in Cub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부활했다. 이 보고서는 CSIS의 ‘히든 리치(Hidden Reach) 프로그램’에서 작성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히든 리치’는 ‘오픈 소스 데이터’와 ‘위성 이미지’를 통해 중국의 광범위한 영향력에 대한 과소 평가된 원천을 조명하는 CSIS의 특별 이니셔티브(CSIS special initiative)를 의미한다.
CSIS 보고서는 위성 이미지를 사용하여 중국이 주장하는 스파이 기지를 ‘가장 잘 운영할 가능성이 높은 4개 위치’를 파악했다. 중국이 쿠바에서 스파이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공무원조차도 그랬다.
전 CIA 분석가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최고 정보 책임자를 지낸 풀턴 암스트롱(Fulton Armstrong)은 “그건 나쁜 분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소문과 추측을 한 방향으로만 끌고 간다. 즉, 쿠바의 전적인 지원을 받아 중국의 정보 역량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미리 정해진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CSIS 보고서는 중국이 신호 정보(SIGINT : signal intelligence-시진트)를 수집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 4곳(하바나 근처 3곳, 쿠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 근처 1곳)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티아고 데 쿠바 근처 위치의 이미지는 원형 배치 안테나 어레이(CDAA=Circularly Disposed Antenna Array)의 최근 건설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수신 고주파 신호의 출처와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CDAA가 거의 쓸모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인상적으로 들린다. 보고서 자체에서도 러시아와 미국이 대부분의 CDAA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풀턴 암스트롱은 “이 보고서는 오래된 냉전 기술을 살펴보고, 최첨단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서, “요즘 시진트는 지리적으로 그렇게 의존적이지 않다. 광섬유와 위성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큰 안테나 팜(antenna farms)은 필요하지 않다."
* 실제 쿠바의 현장에서는...
벨리 오브 더 비스트(Belly of the Beast) 기자들은 CSIS 보고서에서 언급된 아바나 인근의 와자이(Wajay), 베후칼(Bejucal), 칼라바자르(Calabazar) 마을의 세 장소로 가봤다는 것이다. 세 곳 모두 쿠바 군대나 내무부가 운영하는 시설인 것으로 보인다.
‘와자이’는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José Martí International Airport)에서 2마일(약 3.2km)도 안 되는 아바나 외곽에 위치해 있다. 해당 시설은 주거 지역에 둘러싸여 있으며, 인접한 공공 도로에서 안테나가 잘 보인다.
CSIS 보고서는 ”보안 펜싱과 두 개의 경비 초소는 이 장소가 군사 또는 기타 민감한 활동을 위한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벨리 오브 더 비스트 기자들이 와자이의 현장을 방문했을 때, 경비 초소는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시설 경계의 일부는 녹슨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다른 부분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는 목격담이다.
정문의 경비원은 쿠바 경계 보호단(CVP=Cuba’s Vigilance and Protection Corps)에 고용된 비무장 민간인인 노인 여성이었다. CVP는 학교, 병원, 상점, 호텔 등에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기관이다.
한 이웃은 그 시설이 한때 강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할 정도로 CSIS 보고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현장 기자들은 말했다. 근처 칼라바자르에서는 거리에서 담쟁이덩굴로 덮인 안테나와 흙으로 덮인 위성 접시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암스트로은 와자이와 칼라바자르 시설의 영상을 본 후 ”그건 웃길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라면서 ”이게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보 수집의 미래라고 말한다면, 중국에 대한 모욕이나 마찬가지“라며 어처구니없다는 것이었다.
불법 침입 금지 표지판이 베후칼 시설로의 접근을 막았다. 지역 주민들은 그 기지가 수년 동안 존재해 왔으며,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쿠바의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 공장(false info factory) :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구실
이런 시설이 실제로 중국의 스파이 기지일 수 있을까?
아바나에 사는 은퇴한 쿠바 외교관인 카를로스 알주가라이(Carlos Alzugaray)는 ”불가능하다“며, ”쿠바에 있는 유일한 외국 군사 시설은 미국 것이다. 바로 관타나모 해군 기지“라고 말했다.
캐나다 외무부 및 국방부 장관의 고문을 지낸 쿠바 군사 전문가 할 클레팍(Hal Klepak)에 따르면, CSIS 보고서에서 밝힌 아바나 인근 시설은 쿠바의 시설이며 수년 동안 그곳에 있었다고 한다.
클레팍은 ”중국이 쿠바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 했다거나, 지불 할 계획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특히 아주 미미하게만 유용하고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스파이 시설은 더더욱 그렇다“며 ”내가 섬에 있는 소식통 중 누구도 이런 시설에 사소한 신축 공사가 있다고 제안한 적이 없다. 더구나 대규모 공사는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카운터펀치는 전했다.
알주가라이는 ”이건 명백한 가짜 뉴스다. 그들은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의도를 보이고 싶어한다. 이게 바로 우익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며, 쿠바의 위협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한 강경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 없는 소문과 언론의 히스테리를 이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주요 언론 매체에서 비판 없이 부정확하게 보도한 아바나의 미국 스파이와 외교관에 대한 ”음파 공격(sonic attacks)“ 혐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 사용됐다. 결국, 미국 관리들이 ‘공격’을 기록하기 위해 녹음한 오디오 녹음 결과, 그 소리는 짧은 꼬리 귀뚜라미(short-tailed crickets)가 낸 소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이후로 언론 매체에서는 미국 관리들이 음파 무기가 아닌 마이크로파 무기(microwave weapon)로 공격을 받았다고 제안했다.
미국 관리들이 보고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마이크로파 무기의 존재를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여러 미국 정보기관도 외국의 적대자에 의한 "공격"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국립보건원 연구에 따르면, 증상을 보고한 미국 대사관 직원 중 뇌나 신체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암스트로은 ”어느 시점에서는 이러한 이른바 스파이 기지에 대해 과호흡을 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살펴보는 것이 공평하다“면서 ”여기에 실제 위협이 있느냐, 아니면 특정 사람들이 쿠바에 대한 또 다른 사례,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사례를 구축하고, 우리가 이 두 나라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매우 공격적인 정책을 구축할 기회인가?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 때 시작된 정상화에서 쿠바와 함께 한 것처럼 관여하는 대신 트럼프의 공격대상으로의 쿠바인가?
* 중상모략가의 중상모략
그렇다면 CSIS 보고서에서 지적한 4개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암스트롱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을 감시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여러 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위성 네트워크에 접근하거나, 우주 임무를 추적하거나, 쿠바 내부에서 통신을 운영하거나, 마약 밀매업자를 잡기 위해 레이더를 작동하거나 하는 것이다.
그는 “쿠바가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기술을 사고 싶을 때, 중국에서 기술을 사는 것도 아마 말이 되는 것 같다”면서 “중국은 저렴한 전자 기술을 많이 생산하지만, 중국이 쿠바에서 시진트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고, “쿠바가 자국 영토에서 시진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면 이는 일상적이고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며, “쿠바가 수년간 쿠바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쿠바가 국가 안보 목적으로 신호 정보를 수집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근거나 증거가 없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통치자들은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자국국민은 물론 대외 정보 활동에 이용하기 언론을 이용하게 된다. 중상 모략가의 중상모략에 언론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암스트롱은 "부정적인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비방자들이 이야기를 조종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찻잔 속의 폭풍(Tempest in a Teapot)
아마도 더 중요한 질문은 중국이 쿠바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국가안보기록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s)의 쿠바 기록물 프로젝트(Cuba Documentation Project) 책임자인 피터 콘블루(Peter Kornbluh)는 “찻잔 속의 폭풍과 같다”면서 “중국이 쿠바에서 미국을 감시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면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정부가 외교 사절단을 주재국이나 인근 국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음향청취소(listening posts)’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 외교 공관을 포함해 세계 다른 모든 곳에서 하는 것처럼 쿠바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놀라운 일도 아니고 반드시 위협적인 일도 아니다”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공개만 하지 않을 뿐이다.
클레팍은 WSJ의 “전례 없는 새로운 위협”에 대한 경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 없다”면서 “미 국방부는 쿠바가 안보 위협이 없다고 적어도 29년 동안 일관되게 말해왔다”고 지적하고, “실제 위협이 존재하며, 중국이 쿠바의 일부 시설을 이용해 미국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그 중 하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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