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북 로비스트처럼 뻘짓거리를 하고 다닌 국정원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
국정원의 썩은 팔을 잘라내라는 묵시적 요구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하마스의 미사일 대량 보유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무슨 애들 장난인가 했다. 이번엔 우리 국정원 요원이 신용카드로 공작 물품을 사 건넸다는 얘기다. 참 꺼림칙한 얘기 아닌가.
두 사건 모두 액면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우선 모사드의 발표를 보자. 암살과 도청이 주특기로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 적의 무기 보유량을 몰랐다는 얘기다. 북한의 미사일 보유량은 군 장교급도 다 알 정보다. 그런 발표를 모사드가 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자 코미디다. 모사드는 전쟁을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해하면 납득이 간다.
그런데 이번 수미 테리 간첩 사건에서 보여준 국정원 요원의 어설픈 공작은 부인하기도 어려운 팩트다. 그런데도 믿어지지 않는다. 미국 검찰의 발표를 워딩 그대로 믿기 어렵다. 또 다른 복선이 있지 않을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 이 사건을 두고 전 정권 책임론을 내세우거나 공작원의 자질을 논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거니와 의미도 없다.
나는 국정원 요원이 아무리 어설프고 얼빠진 수준이라 해도 공작 물품을 신용카드로 샀다는 걸 그대로 믿지 않는다. 실수라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이 요원은 수미 테리에게 개인적으로 호감을 사기 위해 선물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 카드가 개인용이든 법인카드이건 전혀 은밀하지 않게 구매한 고가의 선물이 공작 물품이 되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이러한 추정은 그가 아주 초보적인 공작교육을 받은 상태라는 전제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다. 더욱이 CIA 출신으로 과거 비슷한 경고까지 받은 프로패셔널 요원이 10년에 걸쳐 신용카드로 산 공작용 뇌물을 넙죽넙죽 받았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쌍으로 바보이거나 공작 활동이 아닌 다른 동기가 성립될 때에만 가능하다.
그 동기가 뭐든 그는 수미 테리에게 고가의 선물을 했고, 수미 테리가 그에게 은밀한 정보를 건넸다는 점까지 인정된다. 혹시 사적인 친분과 공적인 교류가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이루어진 일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차라리 이런 추정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이 어떻든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번에 미국 FBI가 국정원의 뺨을 아주 세게 때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분명한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한다. 우리 국정원의 비참한 수준을 폭로하려는 의도와 함께 과거 대북 로비스트처럼 뻘짓거리를 하고 다닌 국정원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민감한 시기에 우방국인 우리에게 이런 수모를 주는 일을 할 정도로 FBI가 무모하거나 실적에 연연하진 않는다. 그리고 미국으로서는 위의 두 가지 동기가 필요충분하지 않은가. 국정원의 썩은 팔을 잘라내라는 묵시적 요구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정원 내부의 이적 세력과 정치권 종북 세력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가 수차례 계속돼 온 사실은 암암리에 알고 있는 일이다.
잘된 일이다.
이 나라 안보에 썩은 냄새가 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다. 창피한 게 대수도 아니다. 또 제 손으로 썩은 제 팔을 도려내자니 엄두조차 안 나던 참 아니었나? 간첩도 못 잡는 국정원이 엉뚱한 데 관봉권이나 쓰고 다니던 참이니 아예 외과적 수술을 하는 게 어떤가.
근거도 명분도 충분하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제 국정원 스스로 반대편 뺨을 댈 차례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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