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건물들, 대지진으로 폭삭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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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건물들, 대지진으로 폭삭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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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뼈대 규칙 어기고,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건물 부실
- 일부 고위 관료와 업자간 부패연결고리 발본색원 못해
- 17만 이상의 가옥을 조사, 이 가운데 85% 이상이 붕괴돼
- 건축기준법 미비와 부패 고리가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
- 집권 여당인 정의발전당(AKP)과 건설회사가 긴밀한 관계 유지
- 아무리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고...
- 튀르키예 내 1300만 채의 건조물 중 절반 이상이 법령 위반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진현장 / 사진 : AFP 비디오 캡처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시리아 국경부근에서 규모 7.8의 강진으로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져 내려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광범위한 대지진 지역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붕괴되면서 잔해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엔 역부족을 보였다.

튀르키예 내에서는 왜 이렇게 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또 파괴되고 했는가? 튀르키예 국민들은 장기 집권의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 정부에 엄청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장기집권의 에르도안 정권은 건물 붕괴에 대해 책임소재를 상세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히긴 했다.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한다. 그러나 부패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내부 청소가 될지는 의문부호가 여러 개 찍힌다.

튀르키예에서는 건축 관련 기준법 시행이 미흡해 비리를 키우고, 1999년 발생한 대지진 이후 건물 내진성을 높이기 위해 부과된 특별세가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돼 왔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현지 좌파 성향의 한 매체인 비르군(BiR GuN : 어느 날 이라는 뜻)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지진이 아니라, 도시변모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공동묘지로 바꿔버린 사람들, 그리고 온갖 건축 허가증 하단에 서명을 한 사람들이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일 보도했다.

무라트 쿠룸(Murat Kurum) 튀르키예 환경부 장관은 “17만 채 이상을 조사한 결과, 이번 규모 7.8 지진으로 피해지역에서 2만 4천 921채의 건물만 붕괴되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85% 이상이 붕괴됐다는 뜻이다.

과거 지진을 겪어온 많은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이번 지진은 가슴이 답답할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고 한다.

튀르키예 북서부에서 18,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1999년 지진 이후에도 건축기준법의 미비와 부패가 피해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많이 받아온 터였다.

터키 주요 신문은 1999년 대지진 당시 또다시 부패한 건물, 그리고 악덕한 건축업자들에 의한 부실 행위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개발자들이 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건축계획을 세우는 것도 거의 일상화 돼 부패한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이런 위반을 눈감아 뇌물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는 비판도 있다.

2022년까지 10년간 튀르키예에서는 건설 붐이 확산됐다.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2012년 174개국 가운데 54위였던 이 나라는 2022년 101위까지 추락했다. 10년 만에 무려 47위나 추락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공정발전당(AKP : Justice and Development Party)을 2002년 집권 여당으로 끌어올린 것은 1999년 지진 등으로 인한 사람들의 분노와 경제적 과제였다. 당은 만연한 부패로부터 거리를 두는 깨끗한 시동을 공약했다.

AKP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새로운 공항, 항구, 도로, 철도, 공영주택 등이 국내 곳곳에서 잇따라 건설되면서 터키 경제에 중요한 혜택을 줬다. AKP 정권 초기 10~12년동안 건설업이 튀르키예 경제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는 굵직한 기둥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은 컨설팅회사 테네오(TENEO)의 월팡고 픽컬리(Wolfango Piccoli)로, “정당과 건설회사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인프라의 급성장은 타국의 투자가로부터도 칭찬을 받아 왔다.

그동안 계속 빠르게 인프라를 정비할 수 있는 튀르키예의 능력을 평가해 왔다. 단지, 나중에 생각하면 정말 너무 빨랐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평가이다. 원인은 비용 절감과 욕심이 깊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으로, 아무리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가까운 건설업자는 정치적 금전적 지원을 대가로 국가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튀르키예 국내에서 ‘Rentier System(불로소득 생활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같은 자금순환 모델에 대해 야당 측에서는 추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Cumhuriyet Halk Partisi=Republican People's Party) 당수는 지진으로 피해를 본 남부 방문 후 한 발언에서 “무너진 것은 조직적인 렌티어 정치의 결과”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당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정세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재해로 같은 타격을 입은 야당이 주도권을 쥔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비리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알레뽀 지지현장 / 사진 : 타임지 비도오 캡처 

* 건축기준법에 대한 규제와 사면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 2007년 건설 부문에서의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새로 건축되는 건물에는 ‘내진성’을 갖게 하고, 낡은 건조물 보강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2018년에는 건축기준 관련법이 강화돼 지진 흔들림을 흡수하는 철골과 강(鋼)기둥 사용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같은 해, 정부는 기존의 부적격한 건축 물건에 대해 유상으로 의무를 면제하는 구조를 도입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고, 정부는 재산세와 등록비로 30억 달러(약 3조 8,979억 원) 이상을 징수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튀르키예 내 1300만 채의 건조물 중 절반 이상이 법령을 위반했다. 많은 부동산 소유자들이 면제를 택했고, 이것이 정부의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이번 지진을 앞두고 지난해에도 새로운 면제를 도입하는 법령 개정안이 제출돼 비판을 받으면서도 심의됐다.

1999년 튀르키예 북서부 지진 이후 23년이 지난 지난해 8월 17일 건축가조합은 건축기준 관련 법안 적용 면제 발령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모두 살인에 가담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월로 예정된 대선과 의회 선거가 20년 중 가장 힘든 선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지진으로 대규모 구조 활동과 재건이라는 난제가 닥쳤다.

재해대응 미흡과 건축기준법 미흡 단속 등에 대한 정부 비판이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흔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 반면 그가 재해대응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진에 의해서 심대한 피해를 입은 하타이를 방문했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영 주택 건설에 종사하는 건설업자를 총동원해 잔해를 철거, 1년 이내에 재해 지역의 재건시키겠다고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한 문제로 실적을 쌓아온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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