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맘보〉스쳐가는 인생의 한 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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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맘보〉스쳐가는 인생의 한 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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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밀레니엄 맘보 (千禧蔓波 / Millennium Mambo, 2001) 포스터^^^
인생의 굴레란,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또 정작 이 길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야만 하고, 빠져나올 수 있음에도 어떤 마법같은 힘에 끌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고 또,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종류의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영화 <밀레니엄 맘보>는 논리적인 흐름보다는 감정의 보여주기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비키에게 있어 하오하오란 존재는 굴레의 대상이다. 하오하오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은 집착에 불과하다. 단지, 자신의 곁에만 있어주기를 바라며, 잠시라도 의심이 가면 그녀를 괴롭히곤 한다.

이런 사랑의 방식은 익히 봐 왔었던 어찌보면, 진부한 설정이긴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굴곡은 그리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때로 '영화의 흐름'이란 인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밀레니엄 맘보>는 가식적이거나 작위적인 흐름은 주어지지 않는다.

비키는 늘 하오하오를 떠나리라 마음 먹으면서도, 그가 붙잡으면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런 인생의 굴레는 비키를 지치게 한다. 지친 후에 비키가 기댄 곳은 잭이라는 중간보스. 그는 늘 자상하게 그녀를 대하지만, 어딘지 비어 있는 듯이 보인다. <밀레니엄 맘보>의 주인공들은 잭과 같이 나름의 빈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하오하오에게는 미래가 없다. 백수이며, 각성제를 복용하며, 인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가 열정을 부어야 할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비키다. 그러나, 희망이나 미래가 없는 열정은 집착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자신의 텅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하오하오는 비키를 자꾸만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비키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따뜻함은 이런 하오하오를 자꾸만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우유부단함은 다시 그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마음은 잭에게로 돌아선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부성애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채워주던 잭도 일본으로 떠나버렸고, 비키는 그를 찾아나서지만 행방을 알 길이 없다.

채워지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유바리에는) 영하 30도의 날씨, 게다가 눈이 내린다. 눈 속에서 우리가 뿌려야 할 것은 열정이 아니라 눈물이다. 그러나, 눈물을 쉽게 흘릴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삶이 결코 절망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애초에 희망같은 것을 전제하지 않았다.

유유히 흘러가는 삶,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또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나 그것이 밑바닥 인생에서 이루어지고.

결코 훈훈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이 영화가 끝나면서 훈훈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비키에게서는 모두가 떠나버렸지만, 대신 그녀는 새 인생을 얻었고 그 속에서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희망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영하 30도의 날씨에서도 과거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기쁜 일이다.

<밀레니엄 맘보>는 이미 빛이 발할 대로 발하고, 또 눈물이 날 정도의 끔찍한(?)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인생의 스쳐가는 한 단면을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섬세한 묘사를 통해 잘 보여준 영화다. 과연, 지금 우리는 인생의 어떤 면을 스쳐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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