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요 저도 그렇게 바쁜 것은 아닌데 저가 술 한잔 사줄 테니 한잔 하실래요."
"아니예요, 아저씨가 도움을 주신 것도 고마운데 저가 어찌...."
"괜찮습니다. 도움을 주려면 발가벗고 주라고 했는데 일단 큰길가 맥주 집에 가서 한잔합시다."
그녀는 못이기는 척 하면서 따라 나섰다. 두 사람의 머리는 팔랑개비 돌 듯 각자의 주파수를 찾고 있었다. 둘은 터미널 앞 생맥주 집에 둥지를 털었다. 술과 안주를 시키고 난 후 그녀는 자신을 소개했다.
"아저씨 오늘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올해 28살의 노처녀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최근 그만두고 지금은 신부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친척이 좋은 사람이 있다고 선을 보라고 연락이 왔기에 엄마 성화에 마지못해 다녀오다 그만 소매치기까지 당했지 뭡니까. 아저씨는 진짜 좋은 사업을 하시네요. 아저씨 결혼 하셨죠."
결혼은 했지만 음흉한 발톱을 세웠던지라 대답은 반대였다.
"저는 38살이지만, 어찌 사업한다고 돌아다니다 보니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습니다. 혹시 시집 안간 친구 분 있으면 한 명 소개 시켜 줄래요."
날라져온 생맥주를 단 두 번만에 위장으로 흘러 보내고 또 한잔을 시켰다. 그녀도 비슷한 수준으로 마시고 있었다. 상황으로 봐서는 뭔가 될 것이라고 믿었으니 술맛이 오죽 좋겠는가. 500cc를 여섯잔 정도 마셨을까. 알딸딸해지는 기분은 생각대로 주파수를 맞춰주고 있었다. "오늘밤 저와 함께…"라고 말만하면 그냥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하기에 딱 맞는 분위기가 끊이지 않고 연출됐다.
몇 번이고 튀어나오려는 말을 억제해가며 최대한 예의를 표했다. 혹시 술에 취해 그녀가 먼저 어떤 말이라도 한다면 한발 뒤로 빼는 척 하면서 들어줄 작전이었다. 그녀의 얼굴도 붉게 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그녀가 또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 혹시 아저씨 나와 같이 새벽까지 동무해주면 안될 까요. 미안해요 내 요구만 하는 것 같아서요."
후배 놈 입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작업의 순서 상 여기까지 오면 100% 성공이라고 장담했다. 재빨리 답변을 했다.
"아닙니다. 좋은 데로 하세요. 저야 사업하니 내일 조금 늦게까지 자면되지요."
심장이 쿵쾅 쿵쾅 뛰다보니 얼굴과 몸에서 열이 났다. 양복 상위를 벗어 가지런히 옆에 놓고 또 한말 씀 "여기 맥주집이 12시에 끝나면 저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작전 끝, 오늘은 횡재 잡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전쟁에 대비해 미사일 확인차 화장실에 갔다. 시원하게 볼일보고 나왔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들고 있던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양복 상위를 들춰보니 지갑이 없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밖으로 나가더라고 했다.
에고 에고, 그날 후배 녀석은 친구를 불러 술값을 계산한 후 그녀를 잡기 위해 밤새도록 터미널 주변을 뒤졌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후배녀석 할말은 있다고 "물에 빠진 년 건져주니 남의 보따리 들고 도망갔다"고 농담을 한다. 에이 삽대가리(팔불출 수준에 버금가는 사람) 같으니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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