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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오프닝부터 과거 홍콩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화면구성은 IMF가 마치 먼 옛날의 일이었듯이 시대적 배경의 착오마저 불러오는 느낌이라 묘한 향수감마져 어우러져 있는데 감독이 연출하면서 원했던 부분이 옛날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관객이 느끼길 바란 것이라면 그 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집요한 형사와 밑바닥 마약딜러의 끈질긴 악연,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공생하지만 결코 가까워질수 없는 상도와 진광 그 둘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막힐듯 생생한 기류는 그 어떤 버디무비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장철이라는 마약상을 쫓는 형사 도진광의 집요함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 흐름이지만 그에게 이용당하는듯 보이면서도 이용하는 중간 마약딜러 상도의 질긴 잡초와 같은 생명력은 극의 흐름을 시종일관 긴장속으로 흐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밥맛도 단잠끝에 맞이하는 아침햇살 맛도 모조리 잃어뿐기 자그마치 사년이다....내일 아침부터 내는 꿀맛같은 잠에서 깨어나 찬란한 아침의 햇살을 볼끼다."
이 영화에서 스토리 보드의 내용이라고 해봤자 별다른 것은 없다. 그저 두남자 진광과 상도가 벌이는 누가 먹느냐 먹히느냐의 신경전과 그외 캐릭터들이 벌이는 소소한 이야기들일뿐! 흔히 이 영화를 홍보할때 진광과 상도중에서 누가 더 나쁜놈이냐라는 식의 카피로 이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나쁜놈은 없다.
다만 상처입고 내면의 어두움에 몸서리 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장철이라는 거대 마약상 검거당시 염산을 뒤집어 쓰고 죽은 선배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으로 자학하는 진광이라는 캐릭터는 남은 형수와 성관계를 가지는등 도덕적으로 이율배반적인 인물인지도 모른다. 프로이트 심리학 까지 동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광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인물적 성향은 타락과 방종 그리고 막사는 인생의 막바지 형사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캐릭터에 인간적 연민이 없어지진 않는다. 황정민이라는 메소드배우의 역량 때문인지 몰라도 그 치기어리면서도 결코 악해보이지 않는 인간적인 고독과 연민은 진광의 이미지 하나 하나에 배어있다.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혼재된 그의 인성에 혼란을 느낄법도 하지만 진광이라는 캐릭터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이자 목표는 오직 하나! 자신의 인생에서 오점을 남긴 장철의 검거뿐이다.
"타인의 맴은 숲속과 같다...세상에 믿을 새끼 하나 없다 이기야! 그중에서도 짭새, 그것들이 일등인기야!"
이상도라는 캐릭터 역시 껄렁대면서도 어린시절의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적자 생존의 살벌한 환경속에서 오직 살아남는 법만을 배운 사람이지만 그 역시도 순정과 나름대로의 인간적 연민을 지닌 인물로 보여진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형님을 배신하고 한탕을 위해 발버둥 치지만 계속 꼬여만 들어가는 그의 인생은 계속 들어가기만 하는 구멍과 같이 빠져나올곳을 찾지 못하고 만다.
더군다나 삼촌이 그에게 준 어린시절의 상처는 그를 더욱더 비정하고 메마른 사람으로 만들어가지만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오래된 진리 처럼 삼촌에대한 행동들이 그리 매정해보이진 않아보인다.
사실 삼촌은 상도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상징의 존재이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증오할수 밖에 없는 오디푸스 컴플렉스 처럼 삼촌은 상도에게 애증의 존재이자 질곡된 인생의 시작을 열어준 사람이다. 상도라는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삼촌이라는 것을 상도의 내면을 들여다 볼때 쉽게 알수 있는것은 아마도 류승환이라는 배우가 가진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것 같다.
그동안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나에게 느껴졌던 이미지는 그저 그런 껄렁한 역할을 잘 수행하던 끼있는 배우의 하나였을 뿐이지만 이번 영화 사생결단을 통해 확실히 느낄수 있는 것은 상당히 성장해 있는 류승범이라는 배우의 배우적 역량이다.
그러한 이면에는 배우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감독의 연출력도 중요했겠지만 상대역 황정민이 펼치는 걸출한 연기력의 무게감도 류승범으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것을 짜내게 만든 가장 중요한 원인이자 이 영화에서 진광이라는 캐릭터에 비해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 상도라는 캐릭터를 자신 나름대로의 원하는 이미지로 만들어낼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것 같다.
"살맹큼 챙깄으믄! 눈까리 꾹 감꼬, 똥구녕 딱고! 뒤도 안돌아보는 기다...그게 뽕쟁이인기라. 어떻게 살아남을기고!"
영화 <사생결단>에서 진광과 상도가 서로의 중압감을 놓고 겨루는데 결코 빼놓을수 없는 것은 바로 이들의 캐릭터를 뒷받침 해주는 굵직한 조연들의 활약이다.
그 무게감만으로도 조연이라는 것이 죄송할 따름인 왕년의 액션스타 김희라씨는 한때 안좋은 일들과 병마가 한꺼번에 찾아와서 스크린에서 새로이 그를 접한다는 것이 불가능할것이라고 생각한 배우였는데 반가웠던 것은 둘째 치고더라도 확실히 오래된 생강이 맵다는 속설처럼 은퇴한 마약장이 이자 늙은이로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연민과 동시에 어찌할수 없는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힘이 역력하다.
"니가 맘먹기에 따라 이 도시가 니를 독살하게 내버려 둘수도 있고, 니가 이 도시를 컵 속에 든 꿀물처럼 달게 마셔 버릴 수도 있다."
오랜 연극판 경력으로 우리에게는 와일드 카드의 안마시술소 사장역할로 눈에 익은 배우 이도경의 연기 역시 대사는 많지 않지만 거물 마약상 이라는 카리스마와 중압감으로 그 대사량과 화면 등장횟수에 비해서 그가 보여준 이미지의 강렬함은 김희라가 분한 이택조 역할에 비해 결코 뒤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끝까지 범인을 놓칠수 없는 형사 황정민의 마지막 총성이 영화 프랜치 커넥션에서 범인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형사 진해크먼의 모습과 겹쳐지는건 우연일까!
자신만의 정의 아니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한 사회적정의라는 결말에 대해 동의하긴 어렵지만 그런 카타르시스의 정화가 있어야 상업영화의 맛을 살려주는것 같기도 하다.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아우라와 메소드 연기는 영화 사생결단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되었다.
그에 비해 자신만의 색깔을 톡톡히 냈다고 보여지진 않지만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역량에 의해 자신의 배우적 역량을 상당히 이끌어낼수 있었던 류승범의 연기 색깔역시 결코 무른 색깔에 그치지는 않았다.
화면의 연출뿐만 아니라 왕년의 대배우 김희라씨의 출연 때문이라도 오래된 옛날 액션영화의 느낌이 묻어나는 영화 사생결단, 내용이라는 것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좌우된 이 영화에 대해 굳이 평가를 하자면 영화를 보고나온뒤에 결코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주된 이야기 소재로 사용될수 밖에 없는 권력과 비리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사회의 암울한 면이 언제나 이런 이야기 꺼리로 부터 해방될수 있나 하는 생각에 영화보는 재미에 마냥 빠질수 없는 영화였던 것 같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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