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프리터>, 동시 통역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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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프리터>, 동시 통역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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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동시 통역사들의 인터뷰

 
   
  ▲ 영화 <인터프리터> 中  
 

니콜 키드먼이 UN의 동시 통역사 연기를 펼치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물 영화 <인터프리터>.

영화의 배경은 전 세계 각 국의 외교 대표들이 모이는 UN이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세계다. 이 곳에서 가장 바쁘고 긴장감 넘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각 나라의 언어를 동시에 통역하는 동시 통역사다. 이들 동시 통역사들은 대부분 몇 개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동시 통역이 시작되면 잠시도 긴장을 멈출 수 없는 것이 동시 통역사의 세계다.

영화 <인터프리터>는 얼마 전 실제로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통역사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상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구어 권의 통역을 경험한 배유정(방송인/국제 행사와 국제회의), 조경실(국제회의와 헐리웃 스타), 김주원(국제회의), 최미경(국제회의), 조선희(국제회의와 헐리웃 스타)이 참석해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긴장감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UN에서의 통역은 ‘릴레이 통역’으로 진행한다. 즉, 연설하는 자가 모국어로 말을 하게 되면 영어로 통역을 하고 동시에 17개의 다른 언어로 연결돼 전달이 되는 형식이다.

한번은 국내에서 열렸던 대규모의 국제행사 당시, 한국어에서 영어로 통역하면 동시에 17개의 다른 언어로 동시에 연결되는 상황이었는데, 연설자가 사전 자료 없이 말해 이해가 안 되는 내용으로 이어가게 되자 순간 긴장이 됐다. 왜냐하면 통역자의 통역이 잘못되면 즉각 17개 부스에서 잘못된 내용이 전달되면 엄청난 사건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긴장이 된다. 모든 통역이 긴장되지만 영화 속의 UN 통역처럼 여러 언어로 ‘릴레이(Relay)하는 것이 가장 긴장된다.

통역은 현장에서 바로 진행하는 업무기 때문에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일이 끝나면 피로하다. 특히 협상통역 같은 경우는 서로가 적대감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 하는 경우가 많아 언어를 통해 감정이 전이 돼 통역사도 긴장감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통역에서 오는 긴장감은 마치 방송처럼 시간과 싸워야 하고 대중 앞에 서야 한다는, 일의 성격에서 오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향 문제로 소리가 안 들려 전달이 아주 어려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헐리웃 최고 스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자회견장의 울림이 너무나 심해 기자들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는 힘든 상황이다.

대통령간의 화상전화를 동시통역을 한 적이 있는데 전화 연결 상태가 너무 나빠서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모든 지식과 기지를 발휘해 잘 넘겼다. 하지만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다.

법정통역도 힘든 경우로 역 심문과정에서 변호사가 계속 통역이 잘못됐다고 주장해 사실을 알아 봤더니, 증인이 서툴게 답변한 것을 무마하려고 통역에게 화살을 돌렸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영어를 잘 하면서도, 외교적인 이유 또는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통역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는 2번 시험을 보는 기분이다.

‘걸프전’, ‘이라크전’과 같은 전쟁 생중계인 CNN 보도 통역도 아주 긴장된다.

영화와 공감 되는 부분

대부분의 통역사들은 다양한 문화를 몸소 경험한 사람들이다. 2-3 문화권에서 살다 온 통역사들도 많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 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체성이 모호해져 갈등도 느끼고 자기 문화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완전한 소속감을 못 느낀다. 영화에서 니콜 키드만이 맡았던 통역사도 이러한 정체성의 갈등을 많이 느끼는 인물이다. 백인이면서 아프리카에서 자랐고, 흑인과 사랑도 했지만, 결국은 피부색, 국적문제로 헤어진다.

영어, 불어, 크로티아어를 구사하는 동료 외국인 통역사가 담당하고 있는 ‘헤이그’ 국제 인권 재판소에 방문차 들른 적이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어떤 대통령의 공개재판 통역이었다. 통역자로서 통역을 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가 있었다. 잔혹하게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들, 참당한 상황을 본 군인들의 증언 등… 아무리 객관적으로 통역을 한다고 해도 특히 자국민이 이렇게 학살을 당했다면 감정개입 없이 냉정하게 통역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의 오빠를 살해한 수뇌부의 잔혹한 행위를 통역하는 장면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공감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니콜 키드만의 캐릭터는 남 앞에 드러나지 않으려 하는 듯한 성격과 사적인 생활을 중요시 하는 것 등 보통 통역사들의 (특히 서구 언어 통역사) 특징을 비교적 잘 나타내고있다. 어두운 색깔의 의상도 통역사들이 주로 찾는 의상이다. 물론 영화 속의 주인공은 과거의 특수한 경험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 통역사들도 각자 활동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무척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많다.

영화에서처럼 살인음모를 엿듣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외비에 해당하는 정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라도 남의 말을 옮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영화 속에서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긴박한 상황은 없었지만 정치,경제, 재계 등의 요인 통역, 역시 비밀 유지의 부탁을 받고 신분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통역 후 비밀 유지 서명을 하거니 테러의 위험 때문에 통역실 내부에까지 경호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영화 속에서 동시도 순차도 아닌 서있는 자세로 속삭이는 형태의 ‘위스퍼 통역’이었는데 두 사람 사이의 중간에 서서 겨우 들릴 수 있는 크기의 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쉽지 않은 통역의 형태를 보여줬다.

동시 통역사들의 실제 경험담은 영화 <인터프리터>의 영화 속 동시 통역사라는 캐릭터를 친근하게 느끼게 해줬고, UN이라는 곳을 한 층 더 알게 해준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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