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KTX 1년... '천덕꾸러기' 광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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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KTX 1년... '천덕꾸러기' 광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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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원인들의 요구를 무시하지도 못하고 수수방관

 
   
  ^^^▲ 서울 영등포역 앞에 내걸린 영등포협의체의 플래카드
ⓒ 뉴스타운^^^
 
 

국민의 혈세 4천억 원을 쏟아 부은 고속철도 광명역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KTX 시발역으로 건설된 하루 수용인원 10만 명의 국내 최대규모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 변경과 연계교통편의 미비 등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채 '간이역'으로 전락하면서 하루 이용객이 5천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광명역의 위상 하락은 결국 KTX 열차의 영등포역 정차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KTX를 영등포역에 정차시켜라"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20대 청년에서 60대에 이르는 노년층까지 다양한 분류의 4천여 명이 역광장을 가득 메운 채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영등포구 지역 단체로 구성된 고속열차 영등포역정차추진범구민협의체(이하 영등포협의체·실행위원장 박래웅) 소속 회원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41만 영등포구민을 비롯해 인근 동작구나 강서구, 양천구 등을 감안하면 영등포역은 1천만 명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라며 "철도적자 해소와 시민편의를 위해 서울역과 용산역 뿐 아니라 영등포역에도 고속열차가 정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2월 18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동사무소 앞. 경기도 과천·광명·군포·안산·안양 등 경기도 서남부지역 시민들로 구성된 '고속철 광명역 정상화와 영등포역 정차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시민대책위·실행위원장 이종락) 소속 회원 30여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영등포역에 KTX가 정차하면 고속철이 저속철이 될 것"이라며 "설사 영등포역에 정차한다 해도 이용자 확대를 통한 수입 증대는 미미하고 오히려 수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영등포역의 열차 운행 안전성이 크게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뒤 지역 주민 85만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고속철 영등포역 정차 허용하라

현재 영등포협의체에서 내세우는 명분은 "지역주민의 고속철 이용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다.

박래웅 위원장은 "서울역과 용산역을 지나는 KTX가 1일 이용 고객이 가장 많은 영등포역을 정차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영등포역은 서울은 물론, 일산과 인천 등 수도권 서남부 일대 1천만명의 교통 편의와 직결돼 있는 만큼 정차는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 상인들 역시 "KTX 무정차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하락했다"며 영등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도 '정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등포시장 상인 임 모씨(55)는 "고속철이 정차하지 않고 새마을호 운행시간도 30분에서 1시간으로 줄면서 열차 이용객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용이 불편한 광명역 대신 영등포역에 고속열차 정차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전체가 아닌 영등포역을 통과하는 KTX 열차편의 20% 정도만을 정차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등포역에 KTX가 정차하게 되면 철도공사 역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역을 활성화해야

이에 대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영등포역 정차 허용은 그나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광명역을 고사시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종락 위원장은 "광명역은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연계기능이 완비된 영등포역에 비하면 매우 낙후된 상태"라며 "가뜩이나 연계기능이 없어 사람들이 찾기 힘든 형편에 영등포에 고속철이 정차한다면 광명역은 이대로 죽어버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특히 "애당초 고속철 시발역으로 건설됐던 광명역이 정부의 무분별한 행정으로 일반 간이역으로 전락했다"고 정부를 비난한 뒤 "국책사업의 취지에 맞는 광명역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광명역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영등포역 정차 허용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명시 교통행정과의 한 공무원은 "고속철 영등포역 정차는 광명역사의 교통수요를 타지역으로 유출시켜 광명역세권 등 지역경제의 침체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광명역을 중간 정차역이 아닌 기·종점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광명역으로의 교통수단이 없어 이용이 불편한 경기남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관할지역에 고속철 열차가 신설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앞으로 또다른 지역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정부·철도공사 신중

고속철 운행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지역 갈등에 대해 건설교통부와 철도공사 등은 "고속철도 정차 및 시발역 변경은 운행속도와 수익성, 교통영향력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건설교통부의 고위 관계자는 "만약 영등포역에 고속철 정차를 허용할 경우 이를 희망하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대규모 개발 및 연계교통망 구축 계획 등이 추진중인 용산역과 광명역 활성화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공사의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기남부 지역 역사 설치 문제도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추후 타당성이 검토되면 그 때 가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철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고속철이 개통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영등포역 이용객은 816만여 명으로 전년동기(1042만여명 )대비 21.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취재후기> 지난 2회에 걸쳐 이름 뿐인 '광명역'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정부의 무분별한 행정이 결국은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갈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광명역은 KTX 시발역으로 건설된 국내최대 규모의 역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업계획 변경으로 중간 정차역으로 바뀌면서 현재와 같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 간 갈등이 광명역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앞으로 화성시나 평택시 등 경기남부 지역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고속철 역사 유치를 둘러싼 과열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정략적으로 이를 이용할 경우 극심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듯 하다. 취재 도중 만난 건설교통부의 관계자는 "정부는 열차이용 불편에 따른 민원인들의 요구를 무시 할 수도, 그렇다고 정차역 확대에 따른 저속철 논란을 방관 할 수도 없는 처지"라며 고충을 토로하며 정부의 고심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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