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론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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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론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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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북한 노동1호 미사일
ⓒ 김광태의 지대공미사일[http://home.hanmir.com/~kkt000]^^^
 
 

많은 '보수주의자'들이 북핵 위협론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도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그 불만은 계속 핵을 개발하고 북한 주민들을 학대하는 북한 정권을 미국 매파들과 함께 붕괴시키고 북한을 민주화한 다음 통일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지금의 한나라당의 태도는 그야말로 기회주의적이면서 굴욕적인 행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바뀐 스탠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당의 특성 상 대표에게 상당한 힘이 집중되는 박근혜 대표의 의중이 '따뜻한 대북정책'에 여전히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이들 '보수주의자'들의 논리 또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입 모아 말한다. 지금의 한나라당 지지율 부진은 열린우리당의 노선을 따라가는 듯한 한나라당의 행보의 결과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보수노선'을 버리는 듯한 움직임이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세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많은 이들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선 만일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면 어째서 그들은 한나라당의 '좌경화' 행보에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한나라당이 이상한 행보를 걷고 있다면 모두 뛰쳐나와 시위라도 하고 막을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차떼기'와 탄핵 추진 이후로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율은 한 자리 수 이하로 떨어졌다. 그 이후 한나라당은 20% 이상의 지지율을 가까스로 회복했고 총선에서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탄핵역풍'이란 최악의 상황 속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선 과정에서 이미 박근혜 대표의 노선은 검증을 받았다고 볼 수 있으며 대선처럼 치러진 지난 총선은 박 대표에게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다수가 호응하고 있다는 표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보수주의자'들은 한나라당 지지표가 떨어지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아마 한나라당 지지표가 떨어지고 있다면 박 대표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잃어 열린우리당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그들의 경직되고 낡은 행태가 오히려 한나라당을 대중들이 혐오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박 대표나 한나라당의 혁신세력은 좋을지 몰라도 한나라당이 '울며 겨자먹기'로 안고 가고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싫다면 한나라당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는 비교우위의 게임이다.

오늘날의 선거에서는 사실상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최선의 정당, 완벽한 지지정당을 고르지 않는다. 각 당이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갖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유권자들은 가급적 장점이 크고 단점은 작은 정당을 선택하려 한다. 한마디로 비판적 지지를 통해 전략적 지지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은 한편으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당 혁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긍정적인 정책을 내놓아도 유권자들의 머리 속에 구태와 무능, 부패 정치인으로 각인된 인사들을 안고 가는 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의 전략적 지지 때문에 외면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과 한국 사회의 특성 상 매몰차게 특정 인사를 끄집어내어 당의 지지도를 '깎아먹는다'고 내보낼 수도 없는 처지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쑥쑥 자라지 못하는 지지도에 안타까워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이야기는 한나라당의 지지도 상승 부진에 대한 대안이 아닌 북핵 문제를 다루는 것이므로 한나라당 지지도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도록 할 것이다.

북핵에 대한 경제제재의 결과는?

북핵은 한국에 있어서도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한국 국민들은 북핵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산다. 북핵 문제에 가슴 졸이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국 국민들 만큼 담이 큰 국민들도 없다.

사실 어떻게 보면 불과 수도 서울에서 50여 킬로미터 정도만 나가면 수십만 대군이 무서운 무기를 갖고 대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은 별 생각없이 '안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전쟁을 겪어 본 외국인들은 무척 의아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북핵을 걱정하는 '보수주의자'들 외에 한국인들이 이렇게 '천하태평'한 이유는 결국 북핵 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이란 전망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설령 전쟁위협이 있고 실제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한·미 연합군의 압도적 위력 때문에 북한이 쉽게 무너질 것이란 계산을 내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반대론은 어디에서 힘을 얻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과 미국간의 대결 과정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평범한 한국 국민들이 볼 때 북한 주민들은 그저 김정일 치하의 사회에서 살고 있을 따름이다. 김정일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즉각 수용소 행이 될 것이므로 김정일의 비위에 맞추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첨단무기를 치켜들고 나서는 것은 평범한 한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악몽이다. 자기와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을 북한 김정일을 제거하겠다고 공격하겠다는 미국의 행동은 마치 잘 아물어 가는 상처를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국민들이 속으로 미국이 '순수한' 마음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총을 들고나서는 거라고 믿고 있다면 미국에 대해 적어도 불신과 적대적인 마음은 안 갖고 미국을 설득하거나 혹은 압력을 넣어 입장을 바꾸려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 폭넓게 전파되어 있는 거대 제국 미국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왜곡되어 있거나 과장되어 있을 수 있는 반미논리와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행한 '실수'들은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의 대북 대응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불순한'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굳게 믿게끔 하고 있다.

사실 한국 국민들에게 있어 미국이 순수한 동기를 갖고 있건, 불순한 동기를 갖고 있건, 김정일과 그 측근들이 어떻게 되건 관심이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 치하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북한 수용소 안의 북한 주민들의 인권, 탈북자들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만큼 한국 국민들은 김정일에게 '볼모'로 잡혀있는 북한주민 2천만의 안위를 걱정한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의 의견대로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한다고 생각해 보자. 북한은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의 남침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공격의 명분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차단을 위해 합세할 것이 거의 뻔한 북한 경제제재의 결과는 북한 경제의 완전 파탄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렇게 되면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대량 탈북 시도가 벌어져 북한 체제가 우르르 붕괴될 것이라고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믿겠지만 대량 탈북 시도는 북한 군부의 주민 대량 학살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 군부가 주민들을 대량 학살해도 그 내막이 완전히 차단된 북한 주변으로 흘러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설령 흘러나오더라도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전 세계의 반미주의자들은 북한 정권을 강제 압살하려는 미국이 북한 주민 학살론을 내세워 북한을 침공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을 지원하는 반미 행보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경제제재의 다음 코스는 어떻게 될까? 다음 코스는 대대적인 테러공작과 세계의 친 김정일 세력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차피 남침이나 국지전 도발은 힘들다. 한·미 양국 모두 북한이 섣불리 장난을 치면 적절히 손봐주려 할 것이다. 이기지도 못할 국지전을 도발해 봐야 한국 국민들의 반북감정만 자극할 우려가 있는 것을 아는 북한이 국지전 도발을 해 올 리 만무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미국의 핵 공격을 불러 올 대남 전면전은 가능성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미국의 우방세력에게 꽁꽁 둘러싸인 북한의 선택은 테러와 세계 친 김정일세력 선동이다.

테러를 벌여도 북한이 직접 자행했다는 형태는 취하지 않기 위해 전 세계의 테러 조직을 이용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세계 친 김정일 세력을 움직여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미국의 불순한 의도 때문이라고 전 세계에 광고하게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참하게 죽어 가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자료로 쓰이게 될 것이다.

적의 적은 곧 동지일 수 밖 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의 반미세력은 북한의 입장을 어느 정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 결과는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미국의 정책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미국의 국제 정치적 입지를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는 국내의 '보수'세력들에게도 타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적의 적은 곧 동지나 다름없는 관계이므로 한국 보수세력과 미국에 불만이 많은 이들은 애매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한·미 연합세력을 공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反) 김정일 공동 전선은 사실상 유명무실해 지는 결과가 발생될 수 있다. 여론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미 테러가 대중들의 은근한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의 권력욕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김정일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미국, 석유이권을 목표로 이라크에 대군을 주둔시키며 포로들을 고문하는 미국, 세계 평화와 환경에 대한 의무는 소흘 하면서도 자신의 이권만 챙기는 얌체 같은 미국이란 공격에 경도된 많은 세계인들은 반미 테러에 대한 미국 측의 대응에 '자업자득'식의 냉담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미군은 이렇게 되면 또다시 테러 피해에 흥분하는 자국 국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새로운 전쟁 대상을 찾을 수 밖 에 없다. 그러나 그 대상의 정체는 불분명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테러 집단들이 전 세계적으로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양상을 띌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그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고난은 역설적으로 미국을 혐오하는 테러집단들이 반미의 깃발아래 하나로 모이는 명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미국은 사실상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들 또한 미국에 대한 지원에 떨떠름한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테러의 피해가 우려 되는데다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대 테러 전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그동안 견제 세력없이 독주해왔다고도 볼 수 있는 미국에 대한 속으로 갖고 있는 불만 때문에 미국의 지원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결국 미국 내부에서도 국제 사회에서 미국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매파를 포기하고 비둘기파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매파를 선택해봐야 국제 사회에서 쓸데없이 고립만 가중되고 문제만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미국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보수세력들은 사실상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된다. 북한 주민들은 경제 제재의 결과로 희생시키고 원하는 북한 붕괴는 이뤄내지도 못할뿐더러 오히려 미국의 정권은 '보수'들이 원하는 매파가 아닌 온건파가 쥐게 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한 배를 탄 것은 북한과 미국

북핵 경제제재 및 한미 공조를 주장하는 '보수'들은 북한과 미국과 한국이 한 배를 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한 배를 탄 문제일 따름이다. 북한은 이미 강력한 대량살상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

북한이 기존에 갖고 있는 생화학무기나 수도권을 겨냥한 방사포[사정거리 40-70km의 다연장 로켓포]만 갖고도 한국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여기다 북핵을 더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오히려 북핵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별로 의미없는 위협이다.

북핵 문제에 다급한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어야 맞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 또한 한국이 아닌 미국이 전적으로 물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을 일부 도와준다면 한·미 동맹의 우정의 발로에서 나온 온정으로 미국인들이 알고 한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보수'들은 한국이 미국에 대해 배은망덕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은혜'에 상당히 보답해 왔다. 엄청난 양의 무기를 사들였고 국제 사회 의사 결정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에 항상 서왔다. 무엇보다 지난 94년의 북핵위기 때도 북한 경수로 비용을 포함한 사태 해결 비용의 상당액을 한국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한 배를 탄 것으로 생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핵 처리비용에 적지 않은 부담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들이 미국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이 약간 '삐딱한' 발걸음을 걷는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면 이는 대단히 유감이다.

유령들은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이 결국 김정일만 돕는 것일 따름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은 북한 내부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북한 체제가 아무리 폐쇄적인 체제라고 해도 중국을 통해, 그리고 상당수의 북한 주민을 동원해 이벤트를 벌였던 만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음직도 하다.

과거 80년대 후반에 임수경 양의 방북사건이 있었다. 임수경 양의 방북이 북한 체제에 의해 이용된 점에 대해 한국 보수들이 불만을 갖고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임수경 양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고자 하는 한국 보수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행위를 저질렀다.

그 이유는 북한인들이 갖고 있지 못한 '자유'를 임수경 양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청바지 차림으로 북한에 나타난 '남조선' 여대생은 북한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북한은 자유가 없는 거대한 '극장국가'같은 사회다.

항상 미국에 의해 핍박받고 일부 권력자들에게 짓눌려 지낸다는 '남조선'의 '여대생'이 청바지 차림으로 발랄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었다.

남북 화해 협력정책으로 인해 북한 사회 내부에 한국의 이미지가 다르게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들이 북에 들어갔다 나왔고 구호단체들의 구호품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다. 물론 군의 군량미로 전용되었거나 부패한 북한 관리들에 의해 중간에서 도난 당하는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많긴 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화해 협력정책이 북한의 테러와 같은 극단적 행동의 명분을 사실상 빼앗아 버렸다는 것이다. 북한 핵 개발의 명분은 에너지 자립과 함께 근원적인 빈곤으로부터의 탈피, 미국의 북한 압살 공작에 대한 대응이 그것이었다.

이런 북한 핵 개발의 명분은 전 세계 반미여론의 어느 정도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북한도 미국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세계 여론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긴 하지만 결국 칼이 펜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굴욕적인' 대북 퍼주기는 역설적으로 북한을 제 꾀에 빠지게 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지금 이어지고 있는, 한나라당까지 동참해 버린 '따뜻한 대북정책'은 미국과의 사전교감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대북 유화책 미 교감론'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보수'들이 '확실한 부정의 근거'를 제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왜냐? 상식적으로 한나라당까지 따뜻한 대북정책에 동참했다는 것은 미국을 이끌어 가는 리딩 세력의 암묵적 묵인없이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수'들은 겉으로 드러난 몇몇 사소한 근거를 내세워 '미 교감론'이 소설에 불과하다고 공격하겠지만 양상은 점점 한·미 연합이 화전양면(和戰兩面)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묘한 화전양면전략은 북한만 쓰는 것이 아니다. 한·미 연합도 쓸 수 있다.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전양면전략의 양상은 한국은 당근을, 미국은 채찍을 맡아 역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의 위력

북한이 미국이 휘두르는 '채찍'이 너무 아파 반발할라치면 당근이 들어온다. 배고픈 북한이 당근을 마다할 리 없다. 북한은 당근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새로운 당근을 요구한다. 당근을 안 주면 말썽을 부린다. 그러면 한국이 또 마지못해 당근을 '바친다'.

그러고 난 다음에 또다시 '채찍'이 들어온다. 북한이 채찍에 맞설 카드는 테러와 국제 반미여론인데 좀처럼 명분을 찾기 힘들다. 왜냐? 한국이 꺼내드는 '당근'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근이 들어와도 그냥 무시할 수 있었다. 애초에 받아먹은 적이 없었고 안 받아먹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이 갖다바치는 '당근'이 없으면 당장 사는 것이 아쉬운 판이다.

그런데 체면 상 그냥 순순히 바치는 당근을 받을 수는 없다. 이따금 난동을 부리고 난 다음 당근을 받아 챙겨 '자존심'을 지킨다. 오히려 난동 때문에 한국 보수들이 난리를 치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더 좋다. 한국 내 민심이 '친북'적인 상황에서 한국 보수들이 난리를 치면 북한의 '드러난 적'인 한국 보수를 한국 민심이 대신 '때려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악몽은 한국 내 민심이 완전히 '대북 퍼주기'로 돌아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북 퍼주기에 들어오는 당근은 모두 '독이 든 당근'이란 것을 북한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독이 든 당근'인 이유는 결국 그 당근을 주는 이유가 북한을 개방의 길로 끌어내는 한편으로 한국과 국제 사회가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결국 싫든 좋든 북한은 한국 내지는 국제사회와 교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교류하지 않으면 고립될 수 밖 에 없고 고립의 결과는 고사(枯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침 위협을 하거나 국지전을 선택할 수도 없는 처지다. 세계 여론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핵 문제에 있어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되었다. 미국의 압살 공작 핑계를 대고 국제 반미여론에 호소하려면 미국의 '동맹국' 한국까지 미국의 편을 들고 북한을 '압살'하려 날뛰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 '퍼주기'에 여념이 없다.

국제 반미여론은 주춤할 수 밖 에 없다. 왜냐? '혈맹' 한국의 이상한 행동은 미국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 압살론'을 아무리 외쳐봐야 한국이 당근을 꺼내들고 북한에 계속 바치는 이상은 대중들에게 순순히 논리가 먹힐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테러를 각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혈맹'인 한국이 대북 퍼주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국제 사회의 북한에 대한 호의적 감정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당근과 채찍'을 통한 '북한 길들이기' 공작은 더욱 힘을 얻을 수 밖 에 없다.

북한의 딜레마는 이런 현실을 직감하고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 밖 에 없다는 데 있다. 북한이 집요하게 핵을 껴안고 싶어도 결국 핵을 포기할 수 밖 에 없는 것은 미국의 압력에 대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계속 핵을 껴안고 세계를 위협할 때 국제여론은 한국이 북한을 위해 '퍼주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며 북한이 배은망덕하고 선량한 한국을 괴롭히는 '악의 축' 가운데 하나라고 굳게 믿게 될 것이다. 여기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갖고 미국이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하면 북한은 결국 궁지에 몰릴 수 밖 에 없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국제 여론을 적으로 돌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지금은 이라크와 아프간 전선, 이라크 고문논란 등으로 미국이 여력이 없어 집요한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미국이 다시 기운을 차리면 북한에 대한 끈질긴 채찍질은 계속 될 것이다.

북핵 포기와 한·미 동맹

북한이 핵을 포기한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앞서 언급한 '채찍과 당근'의 전술이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 이후에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당근을 받아먹는데 익숙해지고 결국 당근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버린 북한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의 채찍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복종하지 않으면 곧 멸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민주화, 북한 집권세력의 대대적 붕괴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왜냐? 북한 집권세력의 붕괴는 곧 북한의 무질서를 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한·미 연합세력을 대단히 골치 아프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 집권세력이 핵과 대량살상무기 등을 다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 집권세력 하나만 놓고 상대를 하면 된다. 그러나 북한이 무질서한 상태로 돌아가 수많은 세력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하게 되면 한·미 연합세력은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의 혼란은 대량살상무기 및 위험한 재래식 무기의 북한 외 지역 유출을 불러 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북한 내부의 내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고 가정하고 일부 사람들은 그럼 한국과 미국이 북으로 밀고 올라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올 것이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과거 1950년 이전 한국 사회는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이때 김일성은 간단히 한국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남침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북의 혼란 상황에서 북으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미군의 이동, 감축 움직임이 표면화되었다고 해서 한·미 동맹이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은 동북아의 안정 문제에 있어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타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한국과 미국의 최고 권력자간의 복잡한 전략과 비밀은 모를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모른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 한·미 동맹 균열 위기론은 무의미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동북아 정세는 한국과 미국을 한 배에 타도록 피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없으면 미국의 엄청난 시장인 일본을 중국 세력의 동진(東進)에서 안전하게 방어하기 힘들어 진다. 또한 대만도 그렇다. 미국이 대만을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중국 압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도와 주요 산업시설이 밀집된 중국 해안지역과 가까이 있는 한국의 미군이 중국을 압박하는 움직임을 취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핵 전력을 갖고 있다고 한들 미국의 압도적 핵 전력과 맞서기는 힘들며 제한된 수준의 재래식 전쟁에서는 미군의 압도적 화력과 정면 대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군의 군사교리는 최근 크게 전환되었다. 첨단 무기 시대를 맞아 기동성과 무기의 질이 크게 개선된 미군의 입장에서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상당수의 미군을 특정지역에 묶어두는 것은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미군은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미군을 잡아둘 수도 없고, 구태여 과거의 모습 그대로 놔두려고 할 필요도 없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방어 플랜을 계획해 새로운 국방력을 설계해야 하며 21세기 미래 자주 국방을 목표로 모병제 도입과 같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행보를 보여야 할 때인 것이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한·미 동맹 관계 역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조정되어야 한다. 그 기간동안 진통이 따를 지라도 낡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가는 것보다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입고 갈 수 있도록 여당과 야당은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북 정책의 시대와 여야관계

대북 환경이 미군의 전략변화 등의 요인에 따라 크게 변함에 따라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놓고 벌이게 될 여야의 경쟁의 형태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대북 정책 기조에서 여야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될 만큼 앞으로 벌어질 여야의 정책 경쟁은 참신한 아이디어 경쟁과 함께 한반도의 안정적이면서 항구적인 평화와 대북 정책 운영의 투명성 증대 및 합리성 강화에 맞춰 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경직된 사고에 매달려 있는 한나라당의 유령들은 결국 변화하는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 도태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유령들은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신세다. 한나라당의 변화에 제동을 걸만한 능력도 상실했고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신세다.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그들의 현실 경쟁력은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안에 있는 다고 해서 그들의 권력이 예전만큼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유령들은 사라질 수 밖 에 없되 오직 시간이 문제일 따름이다.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 속에 한반도에서는 김정일과 유령들만큼 초조한 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을 악의 축, 혹은 유령이라고 낙인찍어 '압살하지 말라'고 강변한들 들어주는 이들이 별로 없고, 자신들을 한민족으로서, 한나라당 지지자로서 비판하는 이들은 친미 맹종세력 혹은 '열린우리당에 마음이 가 있는 세력'이라고 주장한들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과 유령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몰락의 운명을 함께 걷고 있다는 점에서 한 배를 타게 되었다. 유령들과 김정일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언행을 지겨울 정도 되풀이하는 수 밖 에 없게 되었다. 스탠스를 약간 바꾼다고 해서 반대세력이 용인해 주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스탠스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존의 언행을 되풀이하면 사실상 서로가 서로를 돕는 셈이 된다. 북한과 손을 끊고 북한 붕괴의 입장에 서자고 길길이 뛰면 오히려 김정일은 신나는 일이 될 것이고, 김정일이 한반도나 전 세계에서 난리를 치면 유령들 역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증오하지만 서로 위기에 빠졌을 때 마지못해 열심히 돕는 것을 고사성어로 오월동주(吳越同舟)라고 부른다. 유령들과 김정일의 관계가 마치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그것과 유사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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