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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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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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33>박인환 특집 "행복"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도 보았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정사한 여자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 때
비둘기는 지붕 위에서 훨훨 날았다.
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
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노인은 꿈을 꾼다.
여러 친구와 술을 나누고
그들이 죽음의 길을 바라보던 전날을.
노인은 입술에 미소를 띠우고
쓰디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있다.
그는 지금의 어떠한 순간도
증오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죽음을 원하기 전에
옛날이 더욱 영원한 것처럼 생각되며
자기와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져 가는 것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 아, 저 노을은 누구의 애궂은 한숨이냐
ⓒ 이종찬 ^^^
 
 

행복... 대체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요. 불행이 없는 행복이란 게 있을 수도 있는 것일까요. 대체 행복이란 게 어떤 것이기에 이 세상 사람들은 그토록 행복만을 추구하며, 행복만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일까요.

대체 행복이란 어디에 있는 것일가요. 이 세상 어딘가에 그 행복이란 게 보석처럼 꼭꼭 숨겨져 있기라도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행복은 바로 나 자신의 닫힌 마음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번만이라도 지금 나는 행복하다, 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잔이 넘치도록 가득 채우고도 늘 무언가 허전하고 부족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어느날 문득, 나 자신이 몹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비로소 아, 그때가 나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구나, 라고 느껴본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행복은 이미 나의 머나 먼 과거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이 시에서 노인은 꿈을 꿉니다. 아니, 노인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먹으며 남은 여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노인은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시들은 풀잎에 앉아/손금도 보"면서 차분히 과거를 마시는 것, 그것 자체가 행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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