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수들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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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수들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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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특정 정치인의 잘못과 이를 바로 보지 못하는 "호남의 정서"에 비판적 시각을 지녔던 김정희(전남대명예교수)가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의 딸"에서 80년대 한국 대학교육의 현장을 비판한 내용 일부분을 옮겨 실었다

82년도 대학가의 분위기는 참으로 어수선하기만 했다. 체루탄을 실은 장갑차가 전남대 5 .18광장에 진을 치고 있었고 사복경찰들이 학내에서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었던 때였다. 14년이란 세월을 독일에서 단지 공부만 하다가 갓 돌아 온 40세 노처녀 풋내기 교수가 부조리와 불균형으로 얼룩져 있는 한국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고 편안하지 않았다.

또 숨가프게 돌아가는 상황변화에 약삭빠르게 대처하기도 어설프게만 느껴졌고 또 역부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학생들에게 내일이 있기에 좌절하지 말고 오늘의 이 고통을 잘 참고 견디어 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그리고 강의실로 돌아오도록 종용하고 설득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한국 대학생들은 신 사회주의 철학자 하바마스 교수를 최고의 지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레서 나는 그를 예로들어 학생들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 독일좌파 학생들은 1960년도 프랑크푸르트 대학 강단에 선 하바마스 교수에게 "실천이 없는 이론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그 교수님은 그들에게 "거리로 나가는 것만이 실천이 아닙니다. 실천이 없어 내 이론이 죽었다면 나의 실천은 강당을 떠나는 것 밖에 다른 아무것도 할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독일 하바마스 교수는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적어도 학생들을 선동하지는 않았고 거리로 내 몰지는 않았다.

독(獨) 하바마스, 좌파학생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러나 80년대 한국적 상황에서 교수들은 오히려 좌파학생들을 부추겨 데모를 선동하였다. 우리 대학은 막스주의 계급투쟁을 통한 학생들의 연일 데모로 황폐화 되어갔고, 한풀이 마당으로 변모되어갔다. 학생들 또한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가진자들의 횡포를 심판한다는 명분으로 질서를 파괴하고 폭력을 일삼는 일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가는 연일 체루탄 가스로 눈물의 골짜기를 이루었다. 대학의 이론과 실천도 다양성을 상실 한 채 막스주의로 획일화된 이론을 통한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으로 적과 동지 두 계급사회의 대결양상만을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우리사회는 갖고 갖지 못한 자 간의 갈등과 대결구도로 전면 교체되기 시작했다.

그로 말미암아 인간성의 황폐화가 극도에 달하게 되었고 동지가 아니면 적일 수밖에 없었던 비참하고 천박한 사회를 재촉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노골적으로 인간의 밑바닥까지 추락해버린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학생들의 분노는 하늘을 치솟았고, 치솟고있는 분노만큼 폭력도 증폭되어 갔다.

이렇게 80년대 대학가는 진리탐구의 장을 벗어나 생존 투쟁의 장으로 변모되어 버렸다.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존재의미를 상실해 버린 상황 속에서 대학은 안간힘을 써보게 되지만 교수와 학생간의 신뢰와 존경은 추락할 대로 추락해 버린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당시 대학교수들은 전공학문에 몰두하기보다는 급진적인 운동권 학생들의 데모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데 더 급급해야 했다. 또한 운동권 학생들을 설득시킬 이념교육이 대학의 중심과목으로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이었다. 이데올로기 비판교육이란 이름 아래 남미 해방신학에 대한 강의를 대학교직원 학생을 상대로 실시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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