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서로 감동을 먹이자 잉꼬부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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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서로 감동을 먹이자 잉꼬부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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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술을 나누며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대화가 오고가야 행복한 결혼생활 가능-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부부끼리 대화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대화는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저도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는데 대화의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일상적인 언어'가 있어요. “빨리 일어나”, “전화 왔어요” 이런 말은 누구에게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는 사람에게만 인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네 정서입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언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부부가 이 정도의 대화만 해서는 안 되겠죠.

두 번째는 '사무적인 언어'입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할 말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도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말이 없어집니다. 자고 일어나서도, 퇴근하고 들어와서도 필요한 말, 사무적인 말만 하고 입을 닫습니다.

결혼생활 자체가 사무적으로 시작해서 사무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부부사이라면 이것보다는 친근하고 깊은 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자나 남자나 하는 말이 늘 같은 사람이 있어요. 여자들은 남자만 보면 돈 생각을 하는 거죠. 남자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돈은 누가 냈는지 먼저 물어봅니다. 남자도 여자만 보면 먹는 얘기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는 일상적인 이야기, 사무적인 이야기, 돈 이야기, 먹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이슈가 되는 이야기 등 이야깃 거리를 밖에서 끌어와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길어져요. 여기에서 좀 더 깊어지면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이를테면 "영화 '왕의 남자'를 봤는데, 결국 동성애를 다룬 것 아니냐" "그 때도 동성애가 있었을까. 어느 나라는 동성애를 인정해 주는 곳도 있다더라" 이렇게 해서 생각을 서로 나눠 가지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일치점을 찾으라는 겁니다. 일치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혼생활입니다. 생각의 교환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감동이 필요하다는 생각 가질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결혼하고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남편이 말도 못할 만큼 지독한 구두쇠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저히 이 남자와는 못 산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자식들이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이혼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애들이 너무 어려서 안 될 것 같아요. 중학교 들어가서는 애들이 사춘기라 안 될 것 같아요. 고등학교는 고등학교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결혼할 때는 그 때대로 또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7년 반이 지났을 때, 그렇게 구두쇠 노릇하던 남편이 어느 날 술을 사들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술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남편이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저한테 던져줘요. 주워서 봤더니 집문서였습니다.

그 때는 7년 반을 그렇게 구두쇠 노릇을 해서 돈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금액으로 100만원 좀 넘는 집이었는데 좋은 집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마지막 술잔을 들이키면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당신 수고했어. 미안해" 그 동안 한 번도 미안하다는 소리 안 하고 고생만 시키던 남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저보고 고생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너무 가난한 집에서 자라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도시락 반찬으로 고추장만 싸 가지고 다녔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 옷 한 벌로 사계절을 버텼다는 겁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놀림도 많이 당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만약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양복을 사고 집을 하나 사겠다.

그리고 집에는 문패를 대문보다 크게 써 붙이겠다"는 각오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소원을 이루었다고 울면서 마지막으로 저한테 묻는 겁니다. "당신 알아?" 제가 알긴 뭘 알아요. 하지만 그 때 그 분위기에 완전히 동화되어서 "알아. 여보" 했습니다. 아마 이 문답을 열 두 번도 더 했을 겁니다. 뭘 아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눈으로 말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눈치만 보고도 서로 알아챕니다. 말 안 해도 소통이 되는 게 있어요.
그 날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밥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남편에게 황제처럼 맛있는 아침밥을 해주나 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 그래 우리가 살면서 어떤 언덕을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을 서로에게 주기만 한다면 우리는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날 밤 그 남자의 눈물, '당신 알아' 하는 말이 귀에 맴돌아서 그 남자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부부사이뿐 아니라 자녀들과도 서로 서로에게 감동이 되는, 눈물을 보이면서 한 식구로 일치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도 감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앞으로 여러 힘든 상황을 헤치고 극복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명지전문대교수 신달자 시인의 강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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