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대한 변곡점 중심에는 늘 청년 학도들이 있었다.
불의에 항거하고 시대의 아픔에 가장 먼저 뜨겁게 반응했던 그들의 야성과 기개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견고한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한 엄혹한 현실과 과거의 청년 정신을 비교해보면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나라를 들끓게 했던 뜨거운 애국심과 서슬 퍼런 시대정신을 지금의 대학가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는 탄식이 사회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잠시 선배들이 걸었던 피 어린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60년 3월, 이기붕 일당의 조직적인 3·15 부정선거에 맞서 일어난 청년 학생들의 궐기는 전국적인 4·19 혁명으로 타올랐다.
이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부패한 권력에 엄중한 역사적·법적 책임을 묻는 위대한 분수령이 되었다. 불의에 온몸으로 맞섰던 청년들의 결단과 행동이 끝내 무너져가던 자유민주주의를 살려낸 것이다.
반면,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와 여러 석연치 않은 정황을 대하는 오늘날 대학가의 풍경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제도가 허술하게 관리되어 국기(國基)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가는 총학생회 차원의 형식적인 성명서 몇 줄을 내는 데 그쳤다.
기이할 정도의 적막감이 캠퍼스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4·19 혁명 당시 목숨을 걸고 거리에 뛰쳐나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선배들의 용기와 비교하면, 지금 대학가에 감도는 침묵은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게 다가온다.
물론 오늘날의 청년들이 처한 고단한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치열한 취업난과 스펙 쌓기 경주 속에서 개인의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된 시대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의 안위와 민주주의의 가치까지 외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흔히 “침묵은 금”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청년들이 보여주는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
철저한 자기보신과 극단적 개인주의에 갇혀, 자유민주주의의 뿌리가 안에서부터 갉아먹히는 현실을 방조하는 행위에 가깝다.
불의를 보고도 외면한 채 개인의 안위만을 좇는 모습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암울한 그림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왜곡된 선전·선동과 진영 논리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의 본질마저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적 가치가 위협받는 순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년들은, 비판받아야 할 행태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엄중한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무기력한 방관자일 뿐이다.
전국의 청년 학생들과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이 나라의 미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아직 남아있는가?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헌법적 가치를 향한 당당한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다.
위기에 처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최전선의 초병(哨兵)이 되어, 다시는 이러한 부조리와 부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정과 불법의 타도를 외쳐야 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자유의 성벽은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지각 있는 청년들과 국민들의 준엄한 자각, 그리고 용기 있는 행동만이 위기의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금 굳건한 반석 위에 세울 수 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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