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핵심 공약, 시민과 함께 토론하고 정책 방향 제안

원주시가 민선 9기 핵심 공약을 시민들과 직접 논의하는 숙의형 공론장을 처음 가동한다. 생활비와 일자리, 인공지능(AI), 대중교통, 돌봄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민이 토론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최대 300명이 참여하는 토론 결과를 36만 명이 넘는 원주시민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향후 제도의 실효성을 가르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원주시는 오는 9월 1일 남산골문화센터에서 시민주권 반상회 ‘제1회 뜻모아’를 개최한다. 참가자는 최대 300명이며 원주에 생활권을 둔 만 18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8월 5일부터 21일까지 원주시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과 QR코드, 시청 기획과 방문을 통해 받는다. 특정 의제에 신청자가 몰릴 경우 연령과 성별, 거주지역, 희망 의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첨으로 참가자를 선정한다.
참여 규모를 지역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이번 공론장의 대표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도 드러난다. 원주시의 2026년 6월 말 주민등록인구는 36만4811명, 17만8430세대로 집계됐다. 최대 참가 인원 300명은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약 0.08% 수준이다. 참가자 숫자 자체가 전체 시민을 통계적으로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연령과 성별, 생활권 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참여자를 구성하고 토론 결과를 추가적인 시민 의견수렴 과정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토론에서는 모두 14개 생활밀착형 의제를 다룬다. 생활비 부담을 줄일 방안과 AI가 시민의 삶에 미칠 변화, 유휴지 활용, 대중교통 개선, 지역 일자리, 원도심 활성화, 가족 돌봄 등 민선 9기 주요 공약과 연결된 현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행사는 공약 설명과 의제별 테이블 토론, 정책 제안, 결과 공유, 주요 공약 중요도 조사 순으로 운영된다. 각 테이블에는 토론 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를 배치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주민설명회나 간담회가 행정의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현장 질문을 받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시민들이 일정 시간 하나의 의제를 놓고 논의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도록 한 점이 다르다. 단순 민원 접수를 넘어 시민이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숙의형 방식에 무게를 둔 셈이다.
원주시는 민선 9기 출범 전부터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절차를 확대해 왔다. 지난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시민주권시대 소통광장’을 운영하면서 기획·행정·협치, 민생경제·첨단산업, 복지·돌봄·교육·문화, 관광·교통·환경·농업 등 4개 분야에 대한 시민 의견을 온라인으로 접수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에는 관내 25개 읍·면·동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중심, 시민과의 대화’도 추진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지역별 생활현안과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시정 방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현장 소통을 이어왔다. 이번 ‘뜻모아’는 개별 지역 민원을 듣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의 시민들이 하나의 정책 의제를 놓고 함께 토론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숙의 과정에서 다뤄질 의제들도 원주시가 실제 직면한 사회·경제적 현안과 맞물려 있다. 생활비 부담과 대중교통은 가계 지출과 이동권 문제로 연결되고, AI와 일자리 문제는 지역 산업구조와 청년 정착에 영향을 미친다. 돌봄과 복지, 원도심 활성화 역시 고령화와 지역 간 생활환경 격차 등 장기적인 도시정책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에 따라 시민 의견을 단순 찬반이나 선호도 순위로 정리하기보다 정책을 추진할 경우 필요한 재원과 대상, 예상되는 부작용과 우선순위를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활비 절감 정책 하나만 하더라도 지원 대상과 예산 규모에 따라 다른 사업의 재원이 줄어들 수 있고, 유휴지 활용 역시 개발과 환경보전, 주민 편익 사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장에서 나온 결과를 실제 행정과 연결하는 후속 절차도 중요하다. 원주시는 토론 결과를 담당 부서에서 검토해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낸 의견이 채택됐는지뿐 아니라 반영하지 못한 의견은 어떤 행정적·법적·재정적 이유가 있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참여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
특히 토론에서 제안된 내용을 ‘즉시 추진’, ‘중장기 검토’, ‘시행 곤란’ 등으로 구분하고 담당 부서와 검토 결과, 향후 일정을 공개하는 방식이 뒤따른다면 일회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다음 공론장을 열 때 이전 토론에서 나온 제안의 이행상황을 다시 시민에게 설명하는 환류 구조도 필요하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시민주권 반상회 ‘제1회 뜻모아’는 시민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시정에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숙의의 장”이라며 “생활 속 불편부터 미래 원주의 발전 방향까지 시민의 의견을 함께 나누고 이를 정책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시민 참여형 숙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민선 9기가 ‘시민주권시대’를 핵심 가치로 내건 만큼 성과는 행사 참가자 수나 제안 건수보다 토론에서 나온 의견이 실제 조례와 사업, 예산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통해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36만 명이 넘는 시민 가운데 최대 300명이 참여하는 첫 공론장이 모든 시민의 의견을 담을 수는 없다. 결국 ‘뜻모아’가 이름 그대로 시민의 뜻을 모으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참가자 구성의 다양성과 토론 과정의 공정성, 정책 반영 결과의 투명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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