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신청한 시민만 받는 제도에서 필요한 시민을 먼저 찾는 행정으로
시설 확충 넘어 지역별 접근성·대기시간·이용 만족도로 성과 증명해야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의 경쟁력은 높은 건물이나 넓은 도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지, 청소년이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지, 청년이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노인이 익숙한 지역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 장애인이 차별 없이 배우고 일하며 문화를 누릴 수 있는지가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민선 9기 박관열 광주시장이 제시한 ‘배움과 돌봄이 일상이 되는 시민행복도시’ 구상도 이러한 시민의 삶에서 출발한다. 교육과 복지를 각각의 지원사업으로 나누기보다 출생과 보육, 학교교육, 청년, 중장년, 노년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정책으로 연결하고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행정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먼저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방향이다.
박 시장은 취임사에서 복지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사람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복지에서 벗어나 ‘복지 내비게이션’을 통한 찾아가는 생애주기별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제도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시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방향은 분명하고 긍정적이다. 현재 복지와 교육정책은 대상과 소득, 연령, 가구 형태에 따라 담당 부서와 신청기관이 나뉘어 있다. 시민이 어떤 제도의 대상인지 스스로 확인하고 여러 서류를 준비해 신청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도가 있어도 정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거나 복잡한 절차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시민이 발생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만 ‘배움과 돌봄이 일상이 되는 도시’가 완성되려면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전달체계와 재원이 필요하다. 교육과 복지를 포괄하는 사업이 많을수록 부서 간 업무가 분산되고 비슷한 사업이 중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시설을 건립하고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만으로 시민행복도시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이용률과 대기시간, 지역별 접근성, 사각지대 발굴, 시민 만족도까지 관리해야 한다.
민선 9기 광주시 공약은 5대 분야 70개 사업, 총재원 3천250억 원 규모로 제시돼 있다. 출범 초기인 만큼 공약이행률만으로 성과를 판단할 시점은 아니지만, 교육·복지 분야 사업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 국·도비와 시비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임기 안에 어느 수준까지 달성할 것인지를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은 시민행복도시를 완성하는 첫 번째 과제다. 광주시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지역별 개발로 학생 수요가 빠르게 변해 왔다.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학교 신설과 증축, 통학 안전, 과밀학급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외곽지역에서는 학교와 교육시설까지의 거리와 프로그램 부족이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같은 광주시에 살더라도 거주지역에 따라 교육환경과 선택 기회가 달라지는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박 시장은 취임 전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을 만나 광주시의 교육환경 개선 현안을 논의하고 경기도교육청과 광주시 간 협력 필요성을 전달했다. 학교 신설과 교원 배치, 교육과정 운영은 교육청의 권한이 크지만 통학로와 체육·문화시설, 돌봄공간, 도시개발에 따른 학교용지 확보는 광주시의 역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책임을 나누기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결과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
특히 민선 9기가 추진하는 역세권 중심 3만 호 스마트 자족도시와 교육정책은 하나의 계획으로 다뤄져야 한다. 대규모 주택 공급 이후 학생 수가 늘어난 뒤 학교 신설을 논의하면 과밀학급과 원거리 통학 문제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개발계획 수립 단계에서 예상 학생 수와 학교 수용능력, 통학거리, 돌봄 수요를 함께 분석하고 입주 시기에 맞춰 교육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도시개발의 속도보다 교육 기반시설이 늦어서는 안 된다.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할 학교용지와 통학로, 공공시설을 개발 초기부터 명확히 하고 교육청과 협의한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학교 신설이 어려운 지역은 기존 학교의 증축과 시설개선, 통학버스와 안전한 보행로 확보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지원은 시설 확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래산업도시를 추진하는 광주시라면 지역의 교육정책도 인공지능과 반도체, 환경, 물 산업, 문화관광 등 미래 성장전략과 연결해야 한다. 청소년이 지역의 산업과 직업을 체험하고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진로교육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인공지능 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와 사교육 접근성에 따라 새로운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장애학생,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교육정책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광주시는 2026년 학교 밖 청소년의 검정고시 원서 접수와 6개 과목 특강, 교재, 시험장 인솔 등을 무료로 지원했다. 이러한 정책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났다는 이유로 교육과 진로의 기회까지 잃지 않도록 돕는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검정고시 합격 지원을 넘어 진로상담과 직업교육, 대학 진학, 취업, 정신건강 지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검정고시 프로그램 참여자 수나 합격률만으로 사업을 평가하지 말고 교육 이후 청소년이 어떤 진로로 이어졌는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와 청년지원기관, 일자리센터가 정보를 공유하고 개인별 상황에 맞는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평생학습도 시민행복도시의 중요한 축이다. 광주시는 평생학습관과 청소년수련관,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6년 2분기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62개 강좌, 779명 규모의 프로그램을 모집했다. 교육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강좌 수와 모집인원이 곧 평생학습의 성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특정 지역과 연령대에 편중되지 않았는지, 신청 경쟁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는지, 수강 이후 시민의 역량과 사회참여가 실제로 높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만 가능한 프로그램은 편리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 방문과 전화 신청을 병행하거나 주민센터에서 신청을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생학습은 취미 강좌를 넘어 시민의 삶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 광주시는 전산회계와 물류전산, 지게차 운전, 요양보호사 등 구직자를 위한 직업교육을 운영해 왔다. 교육대상과 모집인원이 제한된 과정도 있어 교육 수요와 취업성과를 분석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교육의 실질적인 성과는 수료증이 아니라 취업과 소득, 사회참여로 나타나야 한다. 직업교육 수료자가 실제 자격을 취득했는지, 취업에 성공했는지,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했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관내 기업과 요양시설, 물류업체의 인력 수요를 먼저 조사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면 훈련과 일자리의 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
아이돌봄은 부모의 경제활동과 아동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핵심 정책이다. 돌봄정책은 출산지원금이나 일회성 행사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부모가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침과 방과 후, 저녁과 주말, 방학 기간에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맡길 곳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광주시의 도시구조를 고려하면 돌봄시설의 숫자보다 배치가 중요하다. 인구가 밀집한 신도심에는 수요에 맞는 돌봄공간을 확충하고, 이용자가 분산된 읍·면 지역에는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마을공간을 연계한 돌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시설 하나를 모든 지역에 똑같이 설치하는 방식보다 지역별 생활권과 수요를 반영한 운영이 필요하다.
다함께돌봄센터와 지역아동센터, 학교돌봄, 아이돌봄서비스가 각각 운영되더라도 시민 입장에서는 하나의 돌봄체계로 작동해야 한다. 부모가 여러 기관에 문의하지 않아도 자녀의 연령과 거주지역, 필요한 시간에 맞는 서비스를 한 번에 안내받을 수 있도록 통합정보와 상담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돌봄인력의 처우와 전문성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시설을 확대하면서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교육, 적정한 인건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돌봄노동을 단순한 보조업무가 아니라 아동의 안전과 발달을 책임지는 전문영역으로 인정해야 한다.
아이돌봄 정책의 성과는 시설 수와 프로그램 횟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돌봄 대기인원과 평균 대기기간, 긴급돌봄 이용 가능 여부, 맞벌이·한부모·다자녀가정의 이용률, 부모 만족도, 종사자 이직률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이용하지 못한 가정의 규모를 파악해야 실제 공급 부족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정책은 교육에서 취업과 주거, 사회참여로 이어져야 한다. 광주시 청년이 지역에서 성장하고도 일자리와 주거 문제 때문에 다른 도시로 떠난다면 미래경제도시와 시민행복도시 모두 지속되기 어렵다. 청년지원은 행사와 단기교육보다 정착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역기업과 연계한 인공지능·정보통신·환경·물 산업 직업교육, 청년창업 공간과 초기 판로, 취업상담, 주거정보, 정신건강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어느 기관에 어떤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지 몰라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청년정책 통합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청년인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각종 위원회와 정책자문, 공공기관 활동에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름을 등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참여 기회를 얼마나 제공했는지, 청년의 의견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정책의 대상이었던 청년을 정책 설계의 주체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정책의 성과는 참여자 수와 만족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육 수료 후 취업률과 창업 생존율, 지역기업 취업 비율, 광주시 정착률을 핵심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단기 일자리를 여러 건 만드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주거를 함께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르신 정책은 시설 중심 복지에서 지역사회 돌봄으로 확대돼야 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복지관과 요양시설뿐 아니라 식사, 이동, 건강관리, 주거, 외로움, 치매 예방 등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몸이 불편해져도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 돌봄을 연결해야 한다.
박 시장은 취임 전 동부권 노인복지타운 건립 현장을 찾아 추진 상황을 확인했다. 동부권 어르신의 복지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필요한 사업이지만 건물을 완공하는 것만으로 지역 격차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어떤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교통이 불편한 어르신이 시설까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기존 복지관·보건소·경로당과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노인복지시설은 이용이 가능한 건강한 어르신에게만 집중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어르신, 인지기능이 저하된 어르신은 시설까지 찾아오기 어렵다. 방문건강관리와 식사 지원, 주거환경 개선, 병원 동행, 안부 확인을 결합한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복지 내비게이션’이 가장 먼저 작동해야 하는 대상도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다. 전기와 수도 사용량의 급격한 변화, 장기 체납, 의료·돌봄기관의 상담정보 등 위기 신호를 활용하되 개인정보 보호와 당사자 동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기술이 시민을 감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도움을 놓치지 않기 위한 안전망으로 사용돼야 한다.
경로당은 단순한 여가공간을 넘어 동네 돌봄과 건강관리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건소와 복지관이 정기적으로 찾아가 혈압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영양·운동·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웃 주민과 사회복지사가 고립 위험이 있는 어르신을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도 만들 수 있다.
노인복지의 성과는 시설 이용자 수뿐 아니라 독거노인 고독사 위험 감소, 돌봄 대기기간,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복귀, 예방 가능한 입원 감소, 이용자와 가족의 부담 완화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 어르신이 시설에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일상을 유지했는지가 중요하다.
장애인 정책은 보호와 지원을 넘어 이동과 교육, 고용, 문화생활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광주시는 장애인평생학습센터와 반다비장애인체육센터,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해 교육과 체육, 가족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은 만 5세부터 69세까지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월 최대 11만 원 범위에서 강좌 이용료를 지원하도록 운영됐다.
이러한 지원이 실제 참여로 이어지려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과 프로그램, 이동수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용권을 받아도 집 근처에 장애인이 이용할 시설이 없거나 이동이 어렵다면 제도의 효과는 제한된다. 권역별 이용 가능 시설과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 이동지원 연계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장애인평생학습도 강좌 개설 수보다 참여 장벽을 낮추는 일이 우선이다. 발달·시각·청각·지체장애 등 장애 유형에 맞는 교육방식과 보조인력,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온라인 교육을 확대할 경우에도 접근 가능한 콘텐츠와 기기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교육이 일자리로 연결돼야 한다. 광주시와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 지역기업에 직무개발과 근무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장애인 직업교육기관과 채용을 연계해야 한다. 단순 업무에 한정하지 않고 정보기술과 문화예술,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가족의 부담도 정책의 중요한 대상이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가족의 돌봄 부담과 휴식 부족, 경제활동 중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긴급돌봄과 가족휴식, 심리상담, 형제자매 지원을 포함한 가족 중심의 통합지원이 필요하다.
시민행복도시의 핵심은 교육과 돌봄서비스가 특정 계층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이 신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행정에서 먼저 안내하고 연결하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박 시장이 강조한 복지 내비게이션은 이 전환을 상징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시민의 연령과 가구 형태, 소득, 장애, 돌봄 상황에 따라 이용 가능한 정책을 한 번에 안내하고 신청까지 연계한다면 복지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복지·교육·보건·일자리 정보를 실제로 연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사람 중심의 상담체계도 유지해야 한다. 고령자와 장애인, 위기가구는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복지관, 보건소, 학교, 의료기관이 협력해 시민을 발굴하고 필요한 기관에 연결해야 한다.
부서 간 칸막이 해소도 과제다. 아이돌봄은 아동복지뿐 아니라 교육과 여성의 경제활동, 가족정책과 연결되고 청년지원은 일자리와 주거, 정신건강, 문화정책을 포함한다. 노인돌봄은 복지와 보건의료, 교통, 주거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담당 부서마다 각각 상담하고 신청하도록 하면 통합돌봄의 효과는 떨어진다.
광주시는 생애주기별 정책을 총괄하고 중복과 공백을 조정할 전담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민 한 명을 중심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묶어 지원하고 기관 간 의뢰 결과를 확인하는 사례관리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지원을 연결한 뒤 실제로 서비스를 받았는지까지 확인해야 행정의 책임이 완성된다.
지역 간 서비스 격차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도심과 신도시에는 시설이 집중되고 읍·면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외곽지역의 복지와 교육 수요를 단순히 제외해서는 안 된다. 이동형 프로그램과 방문서비스, 순회버스, 온라인 교육을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
재원은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복지와 교육사업은 시작한 뒤 중단하기 어렵고 이용자가 늘수록 운영비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국·도비 공모에 선정돼 시설을 건립한 뒤 시비로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도 점검해야 한다. 건립비만 확보하고 인력과 운영예산을 준비하지 않으면 시설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민선 9기는 신규 사업을 발표할 때 초기 사업비뿐 아니라 향후 운영비와 인력, 이용수요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를 검토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조정해 핵심 서비스에 재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민행복도시는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필요한 시민에게 제대로 도달하는 서비스의 질로 평가받아야 한다.
성과지표도 바뀌어야 한다. 교육은 강좌 수보다 수료와 취업, 진로 연계로, 돌봄은 시설 수보다 대기시간과 이용 가능 시간으로, 노인복지는 프로그램 횟수보다 건강한 지역생활 유지로, 장애인복지는 지원금 지급률보다 실제 사회참여와 자립으로 평가해야 한다.
시민 만족도 조사도 단순한 설문에 머물지 않고 정책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신청했지만 탈락하거나 기다리고 있는 시민, 서비스를 중도에 포기한 시민의 의견까지 포함해야 한다. 행정이 제공한 서비스만 조사하면 숨어 있는 수요와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어렵다.
박관열 시장의 시민행복도시 구상은 성장과 개발 중심의 도시정책을 사람의 삶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주시가 인공지능 산업과 역세권 신도시, 광역교통망을 추진하더라도 교육과 돌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의 가치는 높아지기 어렵다. 성장의 결과가 시민의 삶으로 돌아올 때 도시발전은 지속가능해진다.
배움은 일부 학생과 청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며 돌봄도 아동과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 누구나 실직과 질병, 장애, 가족돌봄, 노후의 과정에서 배움과 돌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민선 9기는 생애주기별 정책을 대상별 사업 목록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이어주는 하나의 안전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성공 여부는 시설을 얼마나 많이 지었는지가 아니라 시민이 필요한 순간에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일을 포기하는 부모가 줄고, 교육 기회를 놓친 청소년이 다시 진로를 찾으며, 청년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고, 어르신과 장애인이 익숙한 동네에서 안전하고 존엄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박 시장이 약속한 ‘바로 통하는 나의 삶, 직통광주’도 복지와 교육 현장에서 먼저 증명돼야 한다. 시민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행정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연결하고, 한 번의 상담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광주시는 배움과 돌봄이 일상이 되는 시민행복도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표다. 생애주기별 대상과 사업, 예산, 담당기관, 지역별 공급량, 대기인원, 성과지표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정책의 이름보다 이용자의 변화, 예산 규모보다 사각지대 해소, 시설의 숫자보다 접근성과 만족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민선 9기 광주시가 개발과 성장의 속도만큼 교육과 돌봄의 기반을 촘촘히 확충한다면 시민행복도시는 선언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확인되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박관열 시장의 시민행복도시가 성공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분명하다. 정책을 만드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연결하고 책임지는 행정이다.
본지는 다음 [김병철 칼럼 연속⑦]에서 박관열 시장이 제시한 시민과 함께 만드는 혁신행정과 기본사회도시 구상을 중심으로 직통시장실과 현장행정, 시민참여, 복지 내비게이션, 디지털 행정혁신이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과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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