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의 원조로 건설한 남부 ‘함반토타 항구(port of Hambantota)’를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동안 임대형식으로 넘겼다. 이미 지난 1일부터 항만 당국 건물에 중국 국기 ‘오성기’가 펄럭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채무 상환이 어려워진 스리랑카가 “빚의 덫”에 갇혀 바다의 인프라를 중국 측에 빼앗기게 된 셈이다.
남아시아에서 중국과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인도는 중국 깃발이 펄럭이는 함반토타 항구 인근 공항의 지분 매입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과거 작은 어촌 마을은 이제 중국과 인도사이에 국가 간의 속셈이 맞부딪히는 무대로 변해가고 있다.
스리랑카 국영기업과 중국의 국영기업은 지난해 7월 스리랑카 측이 항구의 관리회사 주식 70%를 중국 측에 99년간 양도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다. 11억 2천만 달러(약 1조 1천 891억 원)로 합의서가 체결됐고, 이에 따라 지난 달 항구의 운영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원래 이곳은 친중파인 스리랑카 라자팍사 전 정권 시대에 착공되었지만, 약 13억 달러(약 1조 3천 802억 원)에 해당하는 건설비 거의 대부분을 중국의 대출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고 금리 6.3%는 재정을 매우 어렵게 했다. 스리랑카로서는 이 같은 고금리를 견디기 어렵고, 따라서 임대(lease)형식으로 항구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스리랑카로서는 ‘대출의 덫’에 걸린 ‘악몽’일 수밖에 없다.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라는 이름을 내세운 중국이 중요 거점 항구를 손아귀에 넣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스리랑카 내부에서도 항구를 중국에 내 준 것에 대한 항의와 비판이 거세지만, 이미 기울러진 운동장에 불과하다. 특히 항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까 파업을 하는 등 거센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경제적인 효율성을 내세우며 비판과 시위를 진정시켜왔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미국-일본-호주-인도라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인 인도가 중국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인도는 항반토타 항구에서 약 20km 떨어진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Mattala Rajapaksa International Airport)의 지분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라자팍사 국제공항은 친중파 정권인 전 라자팍사 대통령의 이름을 따 건설된 곳으로 하루 이용객은 겨우 10명 남짓으로 누적적자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으며, 한 때는 쌀 저장고로 이용되는 한심한 풍경이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이 거의 황폐해져 경제적 실리가 없는 국제공항을 인도가 인수하려는 의도는 중국 견제라는 의미가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인도양에는 중국 잠수함의 항해가 상시화하는 등 인도가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버려 둘 경우 남아시아에서 중국의 힘은 더욱 더 강해져 ‘중국 마음대로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인도 언론들의 보도이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