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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기사승인 2018.04.17  13: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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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이라는 존재가 없어지지 않은 한 거짓말은 무한히 반복되기 때문에 삼권 분립 뿐만 아니라 언론 감시와 시민 참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제도가 필요

   
▲ 김동찬 교수 (위촉논설위원) ⓒ뉴스타운

한 설문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00명의 영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루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남자는 여섯 번,여자는 세 번이라고 대답했다. 악의 없는 거짓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실제로는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섹스 스캔들로 전 세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청문회 증언대에서, 1분에 평균 26번씩이나 코를 만졌다. 겸연쩍고 창피해서가 아니다.

거짓말할 때 뇌의 활성과 생리학적 작용으로 코 안의 조직이 충혈돼 가려움을 느끼는 수가 많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문지르게 된다.

1895년, 이탈리아 법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Cesare Lombroso)가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어냈다. 거짓말을 할 때 변하는 심장박동수, 혈압, 호흡주기 등 생리적인 현상을 분석하여 진실과 거짓말을 측정하는 원리였다. 하지만 오차율이 20~30%나 되었다. 거짓말 탐지를 위해 뇌의 반응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로렌스 파웰 박사가 ‘뇌 지문’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뇌 지문은 비슷한 자극을 제시하다가 다른 종류의 자극을 섞을 때 300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에서 나타나는 뇌파 P300을 측정하는 원리를 사용한 것이다. P300 뇌파는 범죄 수사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용의자에게 낯선 장면을 보여주다가 범행 현장 장면을 보여주면 범인의 뇌는 이 장면을 익숙한 자극(다른 종류의 자극)으로 인식해 P300 뇌파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범인이 아닌 사람의 뇌는 이 장면을 낯선 자극(비슷한 자극)으로 받아들여 P300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이 거짓말 탐지 기술은 미국 CIA 같은 국가 핵심 정보기관에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수사 현장에서 거짓말 탐지 성능이 더욱 첨단화 되어 신뢰도가 90%를 넘는다고 한다.

최근 뉴스를 보면, 연일 정치인들의 거짓말 릴레이가 펼쳐진다. 모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만천하에 거짓말임이 다 들통나 버리는 유치한 거짓말이다. 그런데, 뻔뻔하게 하나같이 처음에는 거짓말이 아니라며 버틴다. 그러다가 망신스럽고 씁쓸하게 퇴장한다.

거짓말이 홍수와 같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갑자기, 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정치 하지 마라. 이 말은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고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이런 수렁들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렁에 빠져서 정치 생명을 마감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도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많습니다. 거짓말을 좋아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유권자나 참모들과 싸우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거짓말, 근거 없는 보도, 풍문에 상처를 입고 진실을 밝혀 보겠다고 발버둥치기도 하지만, 곧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감각이 무디어집니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점차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 거짓말에 익숙해집니다.” 그는 이 말을 남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지난날의 정치 역사를 돌아볼 때 정치인에게 순수한 정직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민주정치는 정직과 신뢰를 이상으로 하는 동시에 거짓과 위선, 불신을 예견하는 현실주의에 기반한 정치체제다. 정치인이라는 존재가 없어지지 않은 한 거짓말은 무한히 반복되기 때문에 삼권 분립 뿐만 아니라 언론 감시와 시민 참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며,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끝없이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거짓과 불신 또한 정치적 자본이며 정치 현상의 무시할 수 없는 일부를 이룬다. 정치인에게 정직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현실적 불신감을 가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직을 강력히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우리 유권자들은 감시해야 한다. 현실감 있는 참여적 행동으로 자유 민주 시민의 역량을 발휘하는 자세가 특히나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인 것 같다. 

김동찬 논설위원(대학교수) chann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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