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덫에 걸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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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덫에 걸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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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7시 방향으로 간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 ⓒ뉴스타운

국민의당이 통합 찬반 투표를 앞두고 반대파 일부에서 폭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폭력 준비자들이 당원들에게 보낸 메세지에는 "하이바와 각목을 준비하고 가죽장갑을 착용하여 국민의당 중앙당사로 집결"하라는 내용과 함께 "국민의당의 정치원로님들의 명령이 떨어지면 행동에 임할 자세를 준비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 보도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문구가 있었다. "전라도 새끼가 깡패밖에 할게 더 있나". 이 문구는 70년대 광주 출신의 실존 인물을 영화하면서 영화사에서 만들었던 영화의 홍보 문구다. 이 문장이 떠오르면서 덩달아 목구멍에서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각목 들고 민주화운동이라니, 하여간 저 동네 새끼들이란...

안철수가 호남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호남 정치에 과연 신의는 존재하고 있었던가. 호남 지역에 과연 원칙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있던가. 법과 원칙보다는 각목이 우선이고, 폭동마저도 민주화운동으로 둔갑하는 동네가 거기 아니던가. 호남에서 원칙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게 있던가.

안철수가 7시 방향으로 간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신의가 없고 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 그것도 전라도 정치인들과 엮이다니. 그 정치의 종착역은 배신과 분열의 간이역이거나, 각목이 난무하는 유혈의 난파선이 될 것임이 자명했다. 지금 안철수의 눈에 띈 것은 전라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다음의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는 이제야 검은 늪의 기슭으로 들어선 것이지만, 이 사람은 온 전신이 전라도의 칡넝쿨에 묶이어 정치 생명의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사람의 직업은 당 대표를 까마득히 굽어볼 수 있는 대통령이었음에도 말이다. 이 사람은 바로 박근혜다.

박근혜는 근 20여년 만에 빨갱이 척결을 부르짖은 대통령이었다. 화해니 상생이니 진보니 하면서 빨갱이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대통령들만 나오더니, 빨갱이들이 중추세력으로 자리잡아갈 때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르짖으며 대통령에 올랐다. 그러나 박근혜는 전라도 정치인들을 중용했다.

빨갱이를 척결한다면서 전라도 정치인들을 중용하다니. 빨갱이들이 호남정치의 사생아라는 것을 박근혜는 몰랐더란 말인가. 빨갱이를 잡기 위해서는 전라도 사람을 배제해야 했던 김관진에게서 박근혜는 배우지 못했더란 말인가. 박근혜의 일거수일투족까지 호시탐탐 박근혜의 좌초를 노리는 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사람들은 박근혜의 측근들이 아니었던가.

전라도 원로들의 명령만 떨어지면 각목을 동원하여 행동에 임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전라도는 전라도끼리 엮이어 길이 보전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박근혜의 좌초는 필연적이 아니었을 것을. 박근혜가 서있는 곳은 빨갱이는 보았으되 전라도를 보지 못했던 사람의 필연적인 종착지였다.

그러나 안철수와 박근혜도 이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안철수와 박근혜는 정치생명이 흔들거릴 정도이겠지만, 이 사람은 역사상 지도 위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더 안 좋은 것은 이런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어떠한 자력구제의 방도도 준비해 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이름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불벼락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 불벼락은 사상 최대의 크기가 될 것이고 피할 수도 없는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약간의 착오로도 한반도에서 단 한 번에 낼 수 있는 사상최대의 피해자를 낼 수도 있고, 여차하면 대한민국 역시도 지도 위에서 소멸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는 벼랑 끝의 처지에 몰려있다.

이런 위험은 대한민국이 저질렀던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이었다. 딱 한번 대한민국은 전라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을 뿐인데, 전라도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것은 딱 5년뿐이었는데,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상전벽해로 뒤집어졌다. 빨갱이들은 민주투사가 되고, 폭동반란은 민주화운동으로 둔갑하고,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가 되었다.

전라도 대통령은 햇볕을 선물했는데 적장은 핵을 만들고, 적장에게 핵을 선물하고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되, 대한민국은 핵 위협에 시달리다가 불바다의 현실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전라도 대통령은 저 세상에서도 부귀영화를 누리건만 국민들은 지옥의 불바다를 헤매게 되었으니. 아, 대한민국아, 행여 네가 멸망을 피하게 된다면 다시는 전라도 대통령을 뽑지 말라. 단 한 번의 실수로 이런 가혹한 운명을 맞이해야 하다니. 신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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