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법정에 선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는 것은 1996년 3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3월3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지 53일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인복 대신 사복차림으로 서울지방법원으로 이날 오전 8시 40분 이동을 시작했다.
호송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한 것으로 보이는 흐트러진 상태이기는 했지만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재판을 연다
공판에선 재판부가 먼저 박 전 대통령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한다.
이후 검찰이 18개 혐의 요지를 설명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모두(冒頭) 절차가 진행된다.
검찰은 공소사실 낭독에서부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으로 최씨와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최씨가 금품 지원을 받게 했다고 강조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측도 준비절차에서와 같이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하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그간 최씨가 삼성에서 뒷돈을 받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몰랐고, 삼성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대기업들에 직접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 왔다.
재판부는 절차 말미에 박 전 대통령의 사건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 병합 여부를 밝힐 전망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과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별개인 데다 두 사건을 병합할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재판부가 유죄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심리를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이기도 해서 정치적 보복을 노리는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날 재판이 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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