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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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기자회견 때와 달랐던 박 시장의 행보

▲ ⓒ뉴스타운

한국을 방문한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초기에는 운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다"면서 "이후 대응 조치는 대대적으로 강화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전 세계에서 이만큼 대응할 수 있는 국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거릿 챈 사무총장이 지적한 '초기에 운이 좋지 않았다'는 이 말의 의미는 사태발생 초기 미숙한 대응을 지칭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초기 대응엔 미숙했지만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7천여 명에 가까운 접촉자의 인적사항을 신속히 파악하여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격리조치를 취한 사회연계 시스템을 보고선 WHO 수장인 마거릿 챈도 "세계에서 이만큼 대응할 수 있는 국가는 별로 없을 것" 이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엊그제는 볼일이 있어 버스와 지하철을 탔다. 마스크를 낀 시민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에 있었던 홍콩 독감이나 사스처럼 공기를 통한 감염이 안 된다는 의료전문가들의 홍보가 어느 정도 계도가 된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선제적인 조치라고 했지만 메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선동의 잔영(殘影)만큼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야기자회견을 가졌던 날이 지난 4일이었으니 벌써 보름이 지났다. 박원순은 그날 작심하고 "35번 환자가 5월 30일 1천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고, 행사에 참석한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되게 됐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 이튿날 35번 확진 의사는 병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메르스를 확산시키는데 주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면서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을 정치 쇼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35번 확진의사의 가족들은 박 시장의 기자회견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더 악화되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총회에 참석한 1565명 중 단 한사람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아 격리해제가 되었다. 이로서 박원순 시장의 심야 기자회견은 과도한 불안을 조장한 것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날 박원순은 심야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방역본부장이 되겠다고 하면서 철저한 관리를 약속했지만 실제 행동은 말과 다르게 나타났다. 무엇을 어떻게 철저하게 관리했는지 모르지만 재개발 회의에 참석한 사람에게 전화 한통 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호엄장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에는 14번 확진자의 신원이 공개되었고, 8일에는 강남 재건축총회에 참석한 보안일용직 직원 150명의 신원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공개 자료에는 이름, 주소,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고스란히 노출되었지만 서울시는 담당자의 실수라고 둘러대기에 바빴다.

또한 지난 8일에는 시립의료원에서는 황당한 일도 일어났다. 서울시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립의료원에서 진료를 책임진 진료부장으로 있던 서 모씨는 의료원 소속 전문의 90여명에게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29개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오면 원칙적으로 받지 말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특히 진료부장이 보낸 e매일에는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 29곳의 명단까지 첨부되어 있었고, 불가피한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과 상의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박원순은 해당 진료부장을 뒤늦게 직위해제 시켰다고 했지만 자신의 발등 밑에 놓인 당면과제조차도 관리하지 못하는 허술한 면모를 보여준 모양새만 되고 말았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쳤던 서울시는 메르스 확산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교계와 시민들의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그들만의 축제인 퀴어축제도 열리게 했고 공무원 시험도 강행했다. 박 시장의 이중성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공무원 시험을 강행한 이유를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원 꿈을 키워 온 젊은이들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기는 했지만 SNS상에 나타난 수험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전국 각지에서 응시한 10만여 명이 서울의 150여 개 학교에 모여 동시에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자칫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시험을 최소한 한 달 정도는 미루어야 한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주장이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돌입한 후에 시험을 친다고 해서 어려운 상황에서 꿈을 키워온 젊은이들의 인생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을 터인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수험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한 것은 시험을 미루었을 때 야기되는 절차의 번거로움과 비용의 손실이 더 크다고 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수험생의 안전보다 공무원들의 편의주의가 더 우위에 있었었던 것이다.

지난 12일 저녁 박 시장은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가든파이브를 방문했다. 가든파이브는 35번 확진의사가 들렀던 장소였다. 이날 날 박 시장은 35번 확진 의사가 방문했다던 그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지도 않았고 짧은 시간 업주와 면담을 하는 것으로 끝냈다.

박 시장이 가든파이브를 방문 할 때 동행한 수행원과 기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상인들의 눈에는 위무차원의 방문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 홍보용 행차로 보였을 것이다. 그 지역 상인들은 박원순 시장의 면전에 대고 박 시장의 경솔한 기자회견에 대해 원망과 동시에 책임을 추궁했고 박 시장은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은 할 처지가 되지도 못했다.

그날 가든파이브에서 한 상인은 박 시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완전히 지금 죽음이에요. 시장님이 경솔해서 다 이렇게 된 거에요. 시장님은 왔다 가시면 끝나지만 이런다고 사람들이 다시 여기 오겠어요? 심야기자회견이 일종의 쇼라고 생각하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발길 돌리겠어요? 절대 안 돌려요. 시장님 누가 책임질 거예요?" 라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심야기자회견이 있은 이후, 지난 보름여 동안 박 시장이 보여준 행간에는 이중성으로 보일 행동이 유난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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